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는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나 복잡한 플롯도 없고, 남녀의 뜨거운 로맨스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없다. 마치 과거 카프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가난과 물질적인 고통, 그리고 그것에 따른 괴로운 심리묘사가 가득하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니시무라 겐타의 삶은 너무도 낮고 초라하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추악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진솔하며,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대지진 이후 피폐함과 혼란 속에 던져진 일본인들은 그의 작품에서 진정성이 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결국 이 소설은 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며 고통 받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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