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의 통찰로 파헤친 정치 메가트렌드

[나는 가수다] 평론과 [나는 꼼수다]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얻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 깨닫기, 이명박 정권과 삼성을 통해 보는 우리나라 보수 권력과 그들이 만든 시스템의 실체, 유명 정치인들의 적나라한 정체, 이들을 견제해야 할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이유, 무엇보다도 선거가 당신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무학(無學)의 통찰로 시원하게 깨우쳐준다.

안철수도, 박원순도, 곽노현도, 오세훈도 뉴스에서 볼 수 없었고, ‘나는 꼼수다’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전인 넉달 전, 이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당시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현 정권은 민심과 거리가 멀었고, 주류 언론이 선택한 뉴스는 빠진 것이 많았다. 작년 6·2 지방선거와 분당 보궐선거 결과의 의미는 자명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처럼 정치 이슈가 생활화되고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국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분명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뭔가 불편하고 찝찝한,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분노가 쌓여가고 있었다.

이에 내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는 분연히 일어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 ‘진보집권플랜’처럼 옳은 소리로, 점잖게 소명의식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왜 선거에 참여해야 하며 그것도 ‘알고’ 찍어야 하는지, 왜 사람들이 머리 아픈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다 같이 잘살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일상 언어로 풀어헤쳐보고자 했다.


[나는 꼼수다]를 넘어서

이 책의 모토는 ‘알고 찍자’다. 내년 대선과 총선에 앞서 어떤 정당과 정치인이 우리의 욕망과 희망에 부합하는지 김어준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박근혜를 비롯해 이렇게 많은 현직 정치인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신랄하게 평가한 책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김어준은 정치가 인격화된 우리의 현실에 맞추어 날카로우면서도 실감나는 일상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 익살스런 입담으로 쏟아내는 적나라한 인물평 속에는 우리가 그 정치인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을 집어내는 통찰이 있다. 단 몇 마디로 그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판가름해준다.

‘나는 꼼수다’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뉴스 속 사건들의 실체를 까발리고, 단편적으로 보이는 사건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엮어내면서, 실체에 다가갈수록 커지는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시킨다면 이 책은 자신의 상황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정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해준다.


프레임 밖에서 싸우기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보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을 대변하지 못한 진보 정당의 한계 또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식이다. 비꼬고 낄낄거리기보다 사뭇 진지한 태도다.

‘할 수 있다!’라는 구호에서 멈추거나, 맥 빠지는 선동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어준은 기존 정치권에서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정치’가 나타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그 사례가 바로 현재 진행 중인 ‘나는 꼼수다’ 광풍이다.

이 책의 인터뷰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나는 꼼수다’의 인기몰이는 김어준이 말하고 있는 변화 가능성이 현실화된 사례다. 시대정신과 기술의 진보가 마련한 플랫폼이 합쳐지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구태의연한 정치 공학이나 보수 언론의 프레임을 가뿐히 뛰어넘어 새롭게 판을 짜는 혁명이 어떻게 가능한지, ‘닥치고 정치’에서 제시된 주장이 ‘나는 꼼수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증명되고 있다. 즉, 새로운 유통 플랫폼이 등장한 이 시대에는, 철저한 자발성, 대중을 지향하는 언어, 쫄지 않는 자세만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온 프레임 밖으로 나가서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국이 아주 엄중하다

김어준 수다의 시작과 끝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다. 김어준은 ‘당신은 개인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샤르트르의 말처럼 정치와 우리 개개인의 일상이 따로 가고 있지 않음을 환기시킨다. 나아가 앞으로 자신의 삶을 규정짓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원하는 바를 위해 스스로 행동하길 바란다.

이제 높은 물가, 등록금, 과도한 경쟁체제, 군가산점 제도 등 일상 속 스트레스의 근원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모두가 닥치고 정치에 관심을 둔다면.

[김선영 기자] ahae@dailypot.co.kr


#[책 속에서]
그냥 다이렉트하게,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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