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구 민주계와 열린우리당계 마찰이 극에 달하면서 분당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구 민주계는 최근 국회부의장 선출에 문희상 의원이, 당 대표에 정세균 의원, 원내대표에 원혜영 의원 3인 인사가 모두 열린우리당 인사라는 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당직 선출에 있어서 소수파의 한계와 결정적인 요직에서 배제되는 등 구 민주계의 홀대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 민주계 일각에서는 “화학적 결합은 이제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며 당장 당을 뛰쳐나갈 듯한 강경한 모습이다.

한 구 민주당 인사는 “박상천 전 대표가 국회 부의장직에 낙마한 이후 일부 분노한 인사들이 ‘민주당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당을 뛰쳐나가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박 전 대표를 위시한 구 민주계 다수가 결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는 점에 동감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당시 당명으로 가칭 ‘가칭 평화민주당으로 정하는 게 어떻냐’는 아이디어가 나올 정도로 모임이 격앙됐다”고 전했다.

구 민주계는 그동안 손학규계와 열린우리당계에 포위돼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당직자 구조조정에서 구 민주계가 주 타깃이 돼 쫓겨나기 전에 먼저 당을 나가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손학규계와 연대한 열린우리당계는 구민주계와 사사건건 다툼을 벌여왔다. 첫 마찰은 정국교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구속된 상황을 놓고 박 전 대표가 손 전 대표를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해 손 전 대표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후 7·6 전당대회 전에 호남에서 발생한 대의원 대회 연기 배경 역시 구 민주계와 열린우리당 인사들의 지분싸움의 대가였다.

당시 구민주계 인사인 국창근 전남도당 위원장 출마자는 “최고위원회가 정한 소수계파 반영비율의 원칙과 내용 모두가 바뀐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의원 대회는 있을 수 없다”며 도당 위원장 출마를 포기했다. 당시 국 전 위원장은 대의원 배저에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불만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였다는 게 대체적이 관측이다.

서울 성동갑 지역위원장 문제 역시 구 민주계와 열린우리당계와 자리다툼의 대표적인 케이스.

당시 민주당이 정한 지역위원장 선정 기준에 따르면 성동갑은 17대 지역구 의원이었던 최재천 전 의원이 당연히 인준돼야 할 곳이다. 그러나 ‘최고위원 출마 지역 제외’라는 예외조항이 생기고 고재득 최고위원이 도전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손 전 대표는 고 최고위원을 감싸는 구 민주계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구 민주계측에서는 “손 대표가 자기사람을 심고 다녀 계파 갈등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 전 의원은 최고위원 표결까지 가서야 고 최고위원을 제치고 성동갑 지역위원장으로 인준됐다. 이로 인해 일단락됐지만 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노출한 사건으로 당 지도부의 위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건으로 남았다.

이렇듯 계파 간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결과는 구 민주계의 패배로 이어지자 구 민주계 인사들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해진 계기가 됐다. 소수 계파의 한계를 절감한 것이다. 하지만 구 민주계의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열린우리당계 한 인사는 “박상천 전 대표가 구 민주계 인사를 이끌고 당을 나가는 순간 국민들 뿐아니라 호남에서 버림받을 것”이라며 “그동안 얼마나 당을 쪼개고 합쳤느냐며 절대 못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금명간 있을 당직자 구조조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만약 당 사무처가 특정 계파를 위한 구조 조정으로 변질될 경우 구 민주계와 열린우리당계의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은 중대한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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