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 징용’했던 스미토모·미쓰이... 자회사 운영

민중당 서울시당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안 제정 촉구 및 일본 제품 불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8.23. [뉴시스]
민중당 서울시당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 조례안 제정 촉구 및 일본 제품 불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8.23.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 바로 ‘외국인투자산업단지(이하 외투단지)’다. 

전범기업들은 한국법인 자회사를 설립하고 국내 외투단지에 입주해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범기업들은 우리 정부의 ▲조세 ▲현금 ▲입지 지원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불매운동에 눈 하나 깜빡 않고 배당이익을 챙기며 기업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인 ▲플루오린 플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 가스에 대한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로 국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위안부 배상 판결에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는 일본 아베정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범시민적 대규모 불매운동’에 나선 것이다. 

불매운동은 유니클로, 아사히 맥주 등 의료와 식음료 품목에서부터 자동차, 여행상품으로까지 확대됐다. 동시에 구매자뿐 아니라 판매자도 가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국내 일본 불매운동은 역대 최장기간을 기록하며 1여 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인식한 탓인지 기업들은 시민들의 애국 정서를 기반으로 ‘자국 마케팅’을 내걸기 시작했고, 국가에서도 반일 정서의 기조를 바탕으로 국무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8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민들은 편의‧이익을 떠나 일본 여행을 자제하고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익을 위해 일본 쓰레기 폐기물을 수입해 온 것에 대해서 근본적인 공적영역의 자성이 있어야 한다”며 경기도 발주공사에 일본 석탄재 사용 금지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불매운동의 국민 정서를 국무에도 일정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외국인투자산업단지(이하 외투단지)’는 국내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 ‘불매운동의 사각지대’로 지목된다. 지난해 8월 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들어선 일본 전범기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요서울의 취재를 종합한 결과, 앞선 사례와 같은 ‘외투단지를 통한 전범기업 유치·소비’ 행태가 경기도 내 외투단지에서도 확인됐다. 

경기도 외투단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투자 촉진을 위해 지정된 산업단지다. 어떻게 이곳에 전범기업이 들어오는 게 가능했을까. 이에 일요서울은 외투단지가 불매운동의 사각지대가 된 전개 과정을 심층 취재했다. 

외투단지 전범기업 2곳
日기업 46개 공장 가동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한 일본기업은 총 44개 법인, 46개 공장으로 확인됐다. 이 중 경기도 평택 현곡 산단에 위치한 ‘미쓰이금속한국’은 대일항쟁기위원회가 지정한 일본의 전범기업 중 한 곳이다. 

미쓰이금속한국의 100% 지분을 가진 ‘미쓰이금속광업’은 과거 일본 15곳, 한반도 1곳, 미크로네시아 18곳, 사할린 4곳 등 총 28곳의 현지 광업소에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쓰이금속한국과 더불어 ‘동우화인켐’도 경기도 외투단지에 들어선 전범기업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평택 포승 산단에 들어선 ‘동우화인켐’은 ‘스미토모화학’의 한국법인으로 스미토모화학이 100% 주주사다. 

일제강점기 시대 스미토모광업주식회사는 자원 약탈을 목적으로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광산 개발에 투입했다. 일명 ‘지옥마을’이라고 불려지던 탄광마을이 부산 기장 ‘광산마을’이다. 

지난 23일 일요서울의 취재 결과, 미쓰이금속한국과 동우화인켐 두 전범기업은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기도를 향해 ‘일본 불매운동 등 국민 정서를 무기한 채 전범기업을 외투단지에 유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무리가 있다. 두 회사의 유치 기일이 수출규제 문제의 발생 이전이기 때문이다.

미쓰이금속한국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2006년에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했다”고 밝혔다. 동우화인켐이 경기도 평택 포승단지에 입주한 것도 일본 수출규제 이전인 2013년 3월로 확인됐다.  

수출규제 이전부터
전범기업 관련 조항 無

경기도 외투단지에 전범기업이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입주 기준에서부터 ‘전범기업은 입주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관계자는 지난 2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외투단지 입주 기준은 오래전에 마련된 기준이라 전범기업 입주 금지 조항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는 ▲화학·기계제조 등 입주 업종 ▲1억 원 이상의 투자금액 ▲출자총액 30% 이상의 투자비율 ▲사업계획 ▲전력·용수·가스 공급여부 ▲폐기물처리 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입주 기업을 선정해 왔다.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일본 수출규제 사태가 벌어지면서 한일 관계는 극으로 달했고, 전범기업들과의 경제적 유착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결국 외투단지 관계자들은 국내 반일 정서를 따라갈 수도, 뒤늦게 전범기업을 외투단지에서 제외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경기도외투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터졌다고 해서 이미 투자를 받고 들어온 기업들을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 과정에서 전범기업인 것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입주 기준에는 부합 조건이 아니라서 운영에도 차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정책 전문가도 “이미 과거부터 시행돼 온 정책들에 대해서는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뒤엎을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경기도청 투자진흥과 관계자는 “전범기업 관련 규정은 없지만, 수출규제 이후에는 국민 정서를 감안해 일본 기업을 유치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국내 불매운동 등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라 해서 규정에도 없는 ‘전범기업들의 외투단지 입주’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되기 이전부터 일반적인 일본 기업과 전범기업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사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배당금만 야금야금’
일본 전범기업 모회사들

외투단지에 입주한 전범기업 두 곳은 모두 일본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고, 매년 배당금 비율도 약 60%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동우화인켐이 모회사 스미토모화학에 지급한 배당금은 801억 원이다. 당기순이익 1276억 원의 6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 549억 원에서 배당금으로 빠져나간 금액만 539억 원이다. 동우화인켐과 스미토모화학의 배당성향은 평균 60%에서 최대 98%까지 육박한다. 

배당이익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에 제품생산 하청으로도 들어가 있다. 자국 제품만을 구매해 사용하더라도 전범기업에 이익을 안겨다 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스미토모화학과 동우화인켐은 지난해 9월25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투명 폴리이미드(PI)의 공급과 하드코팅 후처리 작업을 맡아 진행했다. 물론, 갤럭시 폴드 생산 시기는 일본 수출규제 이전이기 때문에 불매운동과 관련해 비판하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국내 유명 스마트폰에 전범기업의 제품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쓰이금속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 기준 미쓰이금속한국의 당기순이익은 12억 원이다. 그런데 본사로의 배당금액은 15억 원이다. 배당성향은 무려 118%다. 결국 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으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 일본 모회사로 넘어가는 꼴이다. 일본 모회사가 한국법인 지분을 100% 보유한 주주사기 때문이다. 

외투단지를 통한 외국기업의 유치는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조선을 착취하는 등 만행을 저지른 전범기업이 외투단지에 입주함으로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