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정부의 투자 확대와 코로나19에 따른 주요국들의 봉쇄가 완화되면서 국내 산업도 동반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1년 산업 전망’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산업의 미래’를 진단하고 내년은 IT 및 장비 제조업 중심으로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외 경제가 회복되면서 경기에 민감한 IT 제조업이 회복을 주도하고, 언택트·디지털·저탄소 산업의 성장세가 돋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 제조업의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등 제조업 회복강도는 차별화가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12개 산업 가운데 7개 산업 지금보다 개선 전망

분석대상 12개 산업 가운데 반도체는 회복에서 안정으로, 휴대폰·자동차·조선·소매유통 등은 둔화에서 회복세로, 철강·석유화학 등은 침체에서 회복세로 전환되는 등 7개 산업의 경기 싸이클이 올해에 비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2차전지·정보서비스는 활황을, 음식료는 안정, 정유·건설 등은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5개 산업의 경기 싸이클은 올해와 같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경기 싸이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없는 셈이다.

특히 이차전지 제조업의 경우 국내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 신규 자동차 업체 납품, 생산능력 증가 등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전기차(EV) 배터리 보급 확대로 인한 규모의 경제 효과와 양호한 글로벌 시장 지위 등으로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매출액이 내년에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T 고성장 반면, 정유 공급과잉 및 중소 건설사 침체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정보서비스업은 검색 및 메신저 등 플랫폼 분야 지배력을 기반으로 커머스, 결제, 콘텐츠 등 타 사업으로의 확장이 진행되면서 지속적인 고성장을 예상했다. 다만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우려로 정책 리스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이 리스크 요인이지만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 동반 수요 회복과 적절한 공급 조절로 국내 반도체 업체의 매출과 이익의 동반 성장이 예상되나, 정유업과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건설업은 내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은 복합정제마진이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고 공급과잉도 계속될 것이라며 주요 정유사의 실적이 올해보다 개선되겠으나, 본격적인 업황 회복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업도 정부 주도의 SOC 투자와 공급확대 등으로 수주실적은 개선되겠으나 2015년 이후 분양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내년에도 매출액 감소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 수요자의 브랜드 선호와 공모 중심 정부투자 등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중소건설사의 지속된 침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투자 확대 및 생태계 변화 등에 주목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투자 확대 및 자국 우선주의 확산 그리고 산업 생태계 변화 가속화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 장기화와 기업실적 부진으로 기업 등 민간부문의 투자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며 경기 회복과 고용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4차산업 육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보건위생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국제공조는 보다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와 정책지원 등으로 기존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언택트·디지털·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변화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장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 생태계 변화에서 뒤쳐질 경우 기업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정유, 항운, 오프라인 유통과 전기차 전환 이슈가 있는 자동차 제조업 등의 경우 산업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