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요시설 무방비?···항공기 회항 사태도 두 번이나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지능형 스마트 부대 시연행사에서 안티드론 및 화생방 작전(지능형 경계감시체계, 화생방 탐지 정찰 등론 등)이 시연되고 있다. [뉴시스]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지능형 스마트 부대 시연행사에서 안티드론 및 화생방 작전(지능형 경계감시체계, 화생방 탐지 정찰 등론 등)이 시연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국가중요시설인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주변으로 드론이 불법 비행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지난달 말에는 인천국제공항에 불법비행 드론이 발견돼 항공기가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사태가 두 번이나 발생, 드론 대응 장비 확보와 법령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불법 비행 드론 조종자 미확인건수 높다···처벌 못해

대응 장비검증 과정서 성능 부족’ ‘적용 부적합’, 상용화 지연

지난달 26일 오후 불법 비행 드론으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항공기 5대가 김포공항으로 회항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주변에 드론이 떠 있는 사실이 드론탐지 시스템에 포착된 것. 인천공항공사(이하 공사) 측은 드론 2대 가운데 1대 조작자를 붙잡아 조사한 뒤 석방했다. 그러나 다른 조작자 1명은 찾지 못했다. 추가 비행이 없어 상황을 종료했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감지된 드론은 레저용으로, 조작자들이 잘 모르고 날린 것 같다”며 “상황 종료 이후 정상 운행됐다”고 설명했다.

드론-항공기 충돌

‘드론 스트라이크’ 위험

이틀 뒤인 28일에도 불법 비행 드론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오후 드론 비행 관련 신고로 인해 약 46분간 인천공항 내 이착륙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 불법 비행 드론으로 항공기 5대가 회항한 뒤 이틀 만에 유사 사례가 벌어진 것이다.

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59분~7시45분경까지 약 46분간 인천공항 이착륙 금지 조치가 취해졌다. 드론 비행 신고에 따른 조치다.

공사 측은 ‘공항 선착장에 드론이 비행한다’는 취지의 신고가 있었다는 경찰의 통보를 받았다. 이로 인해 일부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겼다. 항공기 두 대는 김포공항으로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날에도 드론 조작자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사 측은 추가 비행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항공 운행을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유사 사례가 이어지지 않도록 드론 비행 관련 보완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항 근처에서 드론을 비행하면 항공안전법에 따라 최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단 첫 규정 위반이라면 최초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 두 번째라면 150만 원, 세 번째 이상 규정 위반일 때 200만 원을 내야 한다.

드론은 관제권이라고 부르는 비행장 주변 반경 9.3km에서 비행할 수 없다. 이착륙하는 항공기와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드론과 항공기가 충돌하는 이른바 ‘드론 스트라이크’다. 이는 새와 항공기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보다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드론 테러 대응책도

한층 강화해야”

서울 강북지역과 휴전선, 원전 주변도 비행금지구역이다. 국방‧보안상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가중요시설인 원전 주변으로 불법비행 드론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드론 대응장비는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해 관련 처벌이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부의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하 KINA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원전 주변 불법비행 드론 적발 건수는 총 26건이다. 이중 9건(34%)은 조종자를 발견하지 못해 처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드론 발달의 부작용은 작고 빠른 기동력의 드론이 원전 등 비행금지구역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드론 불법 비행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9건의 사례는 원전 방호의 새로운 허점으로 지적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사우디 동부 해안의 석유시설과 유전이 드론 10대에 실린 폭발물에 의해 폭파당하고, 이번 불법비행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가 두 번이나 회항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 때문에 핵심 중요시설 등에 대한 드론 테러 대응책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원안위는 “원전부지 내로 불법 침입하는 드론 위협에 대한 탐지‧무력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 장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안위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열영상 관측장비(TOD) 배치(2020년 2월~), 감시카메라(CCTV) 설치(2020년 10월)는 예정대로 진행 중인 반면 국내외 개발 드론 무력화 장비는 검증 과정에서 성능부족 및 적용 부적항 등의 사유로 도입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에 KINAC은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이 드론 무력화 장비를 주도해서 개발할 수는 없다. 드론 대응장비 선정은 원전 사업자 고유의 권한”이라며 “KINAC은 향후 장비 선정 시 성능 검증, 취약점 확인 등 필요사항에 대해 원안위, 원전 사업자와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원전 주변 불법비행 드론이 처음 감지된 이후 4년여가 지났지만 드론 대응장비 상용화 속도가 더딘 탓에 원전 대공안보체계가 매우 미흡한 상태”라며 “최근 사우디 유전 테러만 봐도 드론을 활용해 특정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드론 테러는 국내 원전에도 안보상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불법비행 드론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원전, 화력발전소, 가스‧석유시설이 불법비행 드론에게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공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7~2020년) 원전, 화력발전소, 가스‧석유시설 인근에서 적발된 불법비행 드론 건수가 4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이 가장 많았고 가스공사 시설은 11건, 화력발전소가 4건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이중 14건은 조종자 미확인으로 종결돼 불법비행 3건 중 1건 꼴로 제대로 된 사후조치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신 의원은 “원전 등 국가 에너지공급망의 핵심시설이 드론의 불법비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면서 “출현한 불법드론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 불법행위자에 대해서는 강화된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기술장비 개발 및 확보와 법령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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