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포렌식 ‘집행정지’···성추행 방조 의혹은 진술 엇갈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오는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100일째가 되는 가운데, 여론의 거센 요구와는 달리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관련,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은 집행정지됐다. 그나마 성추행 방조, 묵인 의혹은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와 A씨 측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여론 요구 거셌지만 수사는 난항’···결론까지 멀었나

현재 박 전 시장과 관련된 경찰 수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서울 성북경찰서가 담당하는 박 전 시장의 변사 사건(사망 원인 규명 등)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 조사를 위해 진행 중이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이 유족 측의 법적조치로 잠정 중지된 상태다.

두 번째로는 서울경찰청이 수사 중인 서울시 관계자들의 박 전 시장 성추행 방조, 묵인 의혹 수사다. 서울경찰청은 피해자인 전 비서 A씨에 대한 2차 가해 사건도 함께 수사 중이다.

준항고 결정까지 중단

휴대전화 ‘봉인’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9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서울 성북동 야산에서 발견됐다. 박 전 시장은 전 비서에게 성추행 피소가 된 상태였다. 그러나 당사자가 사망함에 따라 본건인 이 사건은 수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여론의 규명 요구는 거셌다. 경찰은 변사 사건 수사와 성추행 방조‧묵인 의혹 수사를 통해 본건인 ‘성추행 의혹’에 대한 실체도 나타나는 방식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성북경찰서는 박 전 시장 변사 사건 수사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에 이어 박 전 시장 사망 지점에서 발견된 아이폰을 디지털 포렌식하기로 결정, 관련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러나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같은 달 24일 법원에 휴대전화 포렌식에 대한 준항고(재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행한 일정한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와 이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같은 달 30일 법원은 포렌식 절차에 대한 집행정지를 결정, 이에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경찰의 포렌식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휴대전화는 법원이 준항고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까지 2개월 넘게 봉인된 상태로 경찰청에 보관된다.

우선 경찰은 준항고에 대한 법원 판단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준항고 심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포렌식 작업

‘사망 원인 규명’ 국한?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은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이 변사 사건 외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성추행 의혹 등에 관련한 자료는 포렌식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유족 측 변호사는 ‘경찰이 휴대전화에서 어떤 정보를 추출할지 모른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재련 변호사 등 피해자 A씨 측 변호인단과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휴대전화는 강제추행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통신매체 이용 음란 등 현재 고소돼 있는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물이기도 하다”면서 “전국민이 실체적 진실을 향한 수사를 주목하고 있어 반드시 포렌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뉴시스]
경찰. [뉴시스]

김주명 전 비서실장

가세연 ‘무고’로 고소

잠정 중단된 변사 사건 조사와는 달리 방조, 성추행 방조, 묵인 의혹 수사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수사 역시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박 전 시장 관련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들의 진술이 피해자 A씨 측과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 등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지난 7월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과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한석‧오성규 전 실장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최근까지 피고발인 4명과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인 참고인 20여 명의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피해자 측은 4년간 20여 명의 전‧현직 관계자에게 성추행 의혹을 털어놓고 전보 요청을 했지만 승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회유성 발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은 피해자가 부서 변경을 먼저 요청한 적이 없고, 오히려 비서실에서 먼저 인사 이동을 권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비서실장 중 한 명인 김주명 원장은 지난달 1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성추행 의혹을 알지 못했고, 방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원장은 가세연을 무고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가세연이 고발한 지 두어 달 만이다.

지난달 21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김 원장은 “(가세연 측이) 객관적 증거 없이 무분별한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면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가세연을 처벌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악성댓글 등 2차 가해와 ‘고소장’이라는 문건의 유포에 대해서는 유포자와 댓글 작성자 각각 5명과 17명을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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