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김씨 입에 공천실세들 ‘부들부들’

공천 청탁 명목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8월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비리 파문이 한 여름의 불볕더위처럼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단순 사기’사건으로 처리될 것이 예상됐으나, ‘공천 비리’를 의심케 하는 추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공직 선거법’ 위반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종원 서울시 버스운송조합 이사장과 대통령 부인의 사촌언니가 연루된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은 김옥희씨 체포 당시 이 사건을 ‘단순 사기사건’으로 처리하려 했다. 김종원 이사장, 김옥희씨, 브로커 김모씨 등이 사전 모의한 점이 드러나면서 그 같은 정황은 보다 뚜렷해진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우병우)는 지난달 31일 김씨를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종원 이사장으로부터 국회의원 후보자 선정 청탁과 함께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시 검찰은 브로커 김씨에 대해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다.


브로커 김씨는 인테리어 업자

일부 언론 등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김옥희씨, 브로커 김씨 등과 지난달 28일 서울 중앙지검에서 가까운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브로커 김씨가 책임진다는 각서를 쓰면, 아직 돌려받지 못한 5억 원을 갚지 않아도 합의서를 써주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전 모의에 따라, 김씨는 김옥희씨 체포 전날인 29일 김종원씨가 써 준 합의서를 들고 검찰에 먼저 자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사기사건’ 처리 움직임은 김 이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서울시 의원을 지낸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치적 중 하나인 ‘대중버스 교통체계 개편’을 적극 도왔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요 공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브로커 김씨는 누구일까.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작은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로, 정치권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과 직접 접촉키 위해 발탁한 인물로 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김종원 이사장이 비례 대표가 되기 위해 청와대, 한나라당, 여당 유력인사를 접촉할 사람이 필요했고, 김 이사장이 김옥희씨와 브로커 김씨를 섭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김 이사장을 구속 수사하면 된다”면서 “김옥희씨는 청와대에 적합한 인물로, 브로커 김씨는 여당을 접촉할 수 있는 인물로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자금 추적과 김옥희씨의 정치권 로비 의혹 등을 거치면서, 18대 총선 당시 공천 실세까지 회자되는 등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김 이사장으로부터 지난 2월5일과 대통령 취임일인 2월25일, 3월7일 세 차례에 걸쳐 10억 원씩 30억 원을 수표로 받았지만, 한나라당 공천 발표가 있던 3월24일 직후에야 자신의 계좌에 20억 원을 입금했고, 발표 직전 10억 원을 넣었다.

김 이사장이 공천됐다면 30억 원 중 미리 입금한 10억 원이 자신의 몫이었고, 나머지는 정치권에 전달됐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김 이사장 외에 서울 이 모 의원, 친박연대 소속 인사까지 김씨가 로비한 정황이 속속들이 알려지며, 드러나고 있다.

정황이 확대되자, 여권에서도 동요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비록 여당에 몸담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 정황상 문제가 좀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단순 사기죄가 아니라 공직 선거법 위반으로 봐야 하며, 공안특수부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라 할 수 있는 조해진 의원도 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이번 사건이 공천비리라든지 다른 쪽으로 혐의가 제기되면 검찰이 수사방향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옥희씨가 정치권에 로비한 흔적을 찾지 못한 것으로 공식 확인하고 있지만, 사건 정황상 ‘실체있는 로비’였을 가능성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18대 공천 실세의 이름도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김 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부터 측근으로 행세해 왔는데도 김옥희씨를 통해 공천을 추진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옥희씨 배후에 공천을 보장해 줄만한 실력자가 있었기 때문으로 ‘돈 건넴’이 가능했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공천로비 의혹 전방위 확산

30억 원이란 거액이 수표로 건네졌다는 것도 실체 있는 로비라는 의혹을 낳고 있는 부분이다.

한나라당 등에 따르면 정치권에서는 통상 현금이 통용되기 때문에 김 이사장이 수표를 건넸다는 것은 수표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확실한 실세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8대 총선 당시 공천 실세였던 A, B, C, D 등 4명의 인사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정부의 국민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옥희씨의 공천비리 파문이 여권에 어느 정도 파문을 일으킬지, 특히 이 사건이 어떤 식으로 일단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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