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애난데일에서 27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개최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애난데일에서 27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개최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최근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일본 측의 거센 항의로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보류로 최종 결정되면서 철거가 일단락됐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당국 법원에 미테구의 소녀상 철거 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미테구 측은 “내일까지였던 소녀상 해체 시한은 더 이상 적용하지 않겠다”며 소녀상의 철거와 관련해 추가 조치를 내리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기로 했다.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복잡한 논쟁의 당사자 입장과 우리 입장을 철저히 따지는 데 시간을 사용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뤄 정의를 행할 수 있는 절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테구는 “시간·장소·원인을 불문하고 여성을 상대로 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특히 무력 충돌이 벌어진 공간에서 발생한 폭력을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녹색당 소속 다쎌 미테구청장은 “며칠간 소녀상과 관련된 역사를 배우게 됐다. 시민 참여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테구에서 진행된 ‘소녀상 철거 항의 시위’가 미테구청의 입장 변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녹색당 내부에서도 소녀상 철거 명령에 반발과 베를린 좌파 연립정부를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배를린 소녀상 철거 소식을 접한 국내에서도 지난 13일 주한독일대사관을 차자 여야 국회의원 113명의 공동 연명 서한을 전달하는 등으로 대응했다. 같은 날, 광복회(회장 김원웅)에서도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명령 철회 요청 공문을 메르켈 독일총리와 슈테판 폰 다셀 미테구 구청장에게 보냈다.

앞서 정의연 의혹을 둘러싸고 반대 진영에 있던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과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독일 평화의 소녀상 철거 명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함께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누리꾼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동맹이던 ‘일본’의 만행을 일깨워주는 것이 소녀상이다. 이를 철거한다는 것은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소녀상 철거 문제가 이슈화되면 오히려 위안부 문제를 독일 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소녀상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과거 대립을 돌아보면 이번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입장을 공정하게 다루겠다는 독일과 베를린시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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