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이상우의 도전추리특급35] 당신의 논리와 추리력은 몇단?- 비디오카메라의 비밀
[연재-이상우의 도전추리특급35] 당신의 논리와 추리력은 몇단?- 비디오카메라의 비밀
  • 온라인뉴스팀
  • 입력 2020-10-16 16:36
  • 승인 2020.10.16 16:37
  • 호수 1381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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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신의 응징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 형사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었던 건 사실이야.”
추 경감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성북동에서 일어 난 사건 현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피살자는 혼자 사는 부자 노인이었다. 워낙 성미가 고약해서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없었다고 하고 집안일은 파출부가 와서 하고 갔다.

이웃의 말을 들으면 평소 외출하는 일도 별로 없이 집안에만 있는 편이었고 자식들도 없어서 그저 1주일에 한 번씩 조카들이 다녀가더라는 것이었다. 조카들은 모두 3남 1녀인데 그들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예가 없는 거로 보아 남매간의 사이도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조카들이 들락거리는 것도 어디까지나 임자가 없는 큰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이 탐나서이지 인정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 범행은 수요일 아침에 들른 파출부에 의해서 드러났으니 당연히 화요일 저녁에 일어난 것으로 보였다.

노인은 거실에서 수건으로 목이 졸려서 죽었다. 그런데 그때 노인은 근처 탁자에 놓여 있던 비디오카메라를 작동시켜서 범행 현장을 녹화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전원이 다 되어서 비디오카메라는 꺼져 있었지만, 최근에 비디오카메라를 한 대 산 강 형사가 흥미를 갖고 그 카메라를 살피다가 끄트머리 부분에 범행 현장이 녹화된 것을 알아냈다.
“다시 한 번 비디오를 돌려 봐” “돌려 보나 마나 뻔한 겁니다. 범인은 둘째인 현석근이 틀림없어요.”

“왜?” 추 경감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강 형사는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비디오를 틀었다.
“그건 뭐 하려고?” 노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비디오는 허연 벽을 향해 있다. “그만둘까요?”

음침한 사내의 목소리다. “뭐?” 노인의 놀람에 겨운 목소리. 화면에 감색 바지가 지나간다. “아니, 이런…….” 노인의 비명이 이어진다. 화면으로 안경이 날아가는 장면이 비친다.

“큰아버지, 너무 오래 사셨어요.” 예의 음침한 사내 목소리다. “네놈, 근이 네놈이……?”
노인의 목소리가 잦아진다. 약간의 소음이 흐르고 나면 감색 바지가 다시 지나간다. 서랍 여닫는 소리며 집안을 뒤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10여 분 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면서 그걸로 녹화 장면은 끝이다.
“강 형사, ‘근이 네놈이’ 다음에 볼륨을 키워봐.”

추 경감이 담배로 책상을 톡톡 치며 말했다. 강 형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비디오를 조작한다. 소리는 소음에 묻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영이는 어디….’라고 들리지?” 추 경감은 물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필요하시면 국과수로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추 경감이 간단하게 지시했다. “범인은 석근이라니까요.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노인은 눈이 나빴나?” 추 경감은 뚱딴지같은 질문을 던졌다.
“예, 안경을 벗으면 시각장애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하더군요.” “그것 봐, 범인은 석영이라는 여자 조카라고.” “예, 왜요?”

“자네도 한 번 생각해 봐. 두뇌 회전에 좋을 테니까. 내가 힌트를 하나 줄게. 처음에 노인이 ‘그건 왜’라고 말한 건 비디오를 왜 켜느냐는 소리였다고. 알겠나?”

 

퀴즈. 노인 살인 사건은 어떻게 된 일일까요?

 


[답변 - 5단] 석영은 비디오를 일부러 켜면서 노인의 안경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비디오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석근의 흉내를 내고 목소리도 흉내 냈다. 눈이 나쁜 노인은 석근이 온 줄 알았고 비디오를 통해 그 목소리를 녹음해서 범인을 지목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노인이 “영이는 어디…….”라는 말을 남김으로써 꼬리를 잡히고 만 것이다.

 


[작가소개]

이상우는 추리소설과 역사 소설을 40여 년간 써 온 작가다. 40여 년간 일간신문 기자, 편집국장, 회장 등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기자의 눈으로 본 세상사를 날카롭고 비판적인 필치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다. 역사와 추리를 접목한 그의 소설은 4백여 편에 이른다. 한국추리문학 대상, 한글발전 공로 문화 포장 등 수상.

주요 작품으로, <악녀 두 번 살다>, <여섯 번째 사고(史庫)> <역사에 없는 나라>, <세종대왕 이도 전3권> <정조대왕 이산>, <해동 육룡이 나르샤>, <지구 남쪽에서 시작된 호기심> 등이 있다.

온라인뉴스팀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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