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AP/뉴시스]
손흥민 [AP/뉴시스]

[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한국 선수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의 득점 순위 1위를 놓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꿈같던 일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현실로 만들고 있다.

손흥민은 2020~2021 EPL 리그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사우샘프턴전에서는 한 경기 4골을 터뜨리며 아시아 선수가 EPL 리그 한 경기에서 기록한 최다 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으며, 지난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에서는 2골1도움으로 팀의 6-1 대승을 견인하기도 했다. 또 지난 19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에서는 경기 시작 45초 만에 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날 1골1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리그 5라운드 만에 7골(2도움)을 기록, 다시금 도미닉 칼버트 르윈(에버턴)과 함께 리그 득점 순위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EPL에서 보낸 6시즌 중 가장 빠르게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리그에서 11골(10도움)을 기록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던 16~17시즌 기록은 14골(8도움)이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 5경기만을 치른 손흥민은 벌써 자신의 리그 최다 골 기록에 절반을 몰아쳤다. 시즌 초반 이미 ‘커리어 하이’가 예견될 만큼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특급 골잡이로서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손흥민에 대한 시장 가치도 급등하고 있다. 축구 이적 시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트랜스퍼마르크는 지난 13일 최근 EPL 선수들의 활약상을 반영한 몸값을 공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6400만 유로(약 859억원)까지 몸값이 하락했던 손흥민의 가치는 7500만 유로(약 1007억원)까지 급상승했다. 토트넘 역시 이를 의식해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는다면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 가레스 베일(22만 파운드)보다 높을 주급을 받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영표-박지성-기성용 [AP/뉴시스]
이영표-박지성-기성용 [AP/뉴시스]

손흥민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과거 EPL을 수놓았던 한국 선수들의 활약사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EPL에 처음 입성한 한국 선수는 박지성이다. PSV 에인트호번에서 활약하던 그는 2005년 7월 맨유로 이적하며 국내 축구 팬들을 놀라게 했다. 박지성은 데뷔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1골 8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영입이 아시아 마케팅용이 아님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이후 2012년까지 맨유에서 7년간 뛰며 통산 205경기 27골을 기록했다. 개인 기록으로만 보면 월드 클래스라 보기 어렵지만 그는 ‘두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 전술 이해력, 이타적 플레이로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공식적으로 맨유 레전드로 인정받았다.

박지성과 더불어 한국 선수의 EPL 활약사를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선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초롱이’ 이영표다.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선배인 이영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토트넘에서 매 시즌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주전급으로 활약을 펼쳤다. 주로 왼쪽 풀백 포지션을 소화했으며, 2007/08시즌 토트넘이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해 우승 메달을 받기도 했다. 이후 설기현이 2006년 1부리그로 승격한 레딩에 입단해 EPL에 입성했다. 짧은 전성기를 구가한 그는 이후 풀럼으로 이적해 1시즌 반 더 뛰며 EPL에서 48경기 5골5도움을 기록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후 EPL에 도전한 한국 선수는 생각보다 많다. 2007년 이동국(미들즈브러), 2008년 김두현(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 조원희(위건 애슬레틱), 2009년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2011년 지동원(선덜랜드), 박주영(아스널), 2012년 기성용(스완지시티), 2013년 윤석영(QPR),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이다. 하지만 대부분 적응에 실패했고 기성용만이 8시즌 동안 EPL에서 활약하며 인정을 받았다. 그는 2014~2015시즌에는 8골이나 넣으며 스완지시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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