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대혈투 “끝장 본다”


MB(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마침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국정감사를 계기로, 새 정부 집권 초 관례로 해왔던 과거정부 잔재 제거를 이제야 본격화한 것이다. 집권 초 쇠고기 파동 등 시국이 시끄러웠던 영향이 가장 컸다. 친노세력의 저항은 미약하나 들리고 있고,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도 사회 곳곳에 여전히 건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노 세력의 마지막 저항이 예상된다. 좌파세력의 흔적을 없애려는 현 정부의 일사분란한 움직임과 과거 세력의 반발 양상을 조명해 봤다.

한나라당은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참여정부 핵심부의 비리의혹 15건을 주요 공격 이슈로 선정, 각 상임위별로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공개된 한나라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권력형 비리의혹은 ▲KTF사장 비자금 조성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 ▲AK캐피탈 로비사건 ▲프라임그룹 비자금 사건 ▲농협자회사 휴캠스 헐값매각 의혹 ▲석유공사 국회 유전개발 비리 ▲청와대 기록물 유출 ▲부산자원 부당대출 수사 ▲기자실 통폐합 ▲외환은행 헐값매각 등이다.


참여정부 실세 이강철 정조준

이 중 기자실 통폐합, 외환은행 헐값매각, 청와대 기록물 유출 건을 제외한 12건은 참여정부 실세 및 여당 의원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돼 있고, 사정당국이 수사 중에 있다.

우선 KTF 사장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KT 이용경 전 사장, KT 남중수 사장 등을 거쳐 최종 타깃은 참여정부 실세 2인자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 비자금 조성은 참여정부 핵심실세였던 L모 의원, 프라임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참여정부 실세인 L씨와 K씨 등이 언급됐다. 검찰은 프라임 그룹이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당시 인수 합병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하고, 이 자금이 전 정권 실세에게 건네졌는지 수사 중이다.

특히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관련,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금이 외국을 거쳐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사용됐다는 얘기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DJ가 타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참여정부를 향해 칼을 빼든 것은 집권 초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는 것”이라며 “대부분 건수들은 돈 있는 것들을 줄 세우기 위한 엄포용이고, 이 중에선 외환은행 헐값매각 건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정부에 흠집을 내면서, 견제를 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친이계 초선인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거취를 추적해 명단을 공개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대 기아차 그룹 인재개발원장에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기아차 사외이사에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 포스코 사외이사에 박원순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과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주)LG 사외이사에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이사에 임찬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

또 석유공사 비상임 이사에 최봉석 전 에너지시민연대정책위원, 신용보증기금 사외이사에 김택수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에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 수석 등이 재직 중이다.

최열 전 환경재단 대표는 기아차 외에 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박원순 전 참여연대 위원장은 포스코외에 웅진과 풀무원홀딩스에서 각각 비상임이사와 사외이사로 있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인사는 총 50여명이며, 연봉은 최고 3억5000만 원에서 최저 2400만 원 정도 수준이다.

김용태 의원은 “반기업 정서를 앞장서 만들어갔던 사람들이 버젓이 기업, 금융기관, 공기업에 상근도 아닌 그냥 이름만을 올려놓고 많은 돈을 받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10·4 남북정상선언 1주년 기념회’가 개최하는 1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던 대기업들에게 찬조금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단체가 각 기업에 보낸 공문을 공개한 뒤 “행사 소요예산은 1억2000만 원인데 이 중 6000만 원을 공식 및 특별수행원의 특별회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공문에 ‘공식 및 특별수행원은 이번 행사를 위하여 100만 원 이상의 특별회비를 납부토록 합의’라고 돼 있는 것을 보면 이미 돈을 낸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천호선 기념위 대변인은 “방북하지 않은 기업인들에게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감기간인 현재 참여정부 시절 인사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참여정부에 불리한 자료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친노세력 건재 결속 가능성

여권 한 관계자는 “지식경제위쪽에서 그런 얘기가 들리기는 하나, 가능성은 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MB 정부에서 사정기관 등을 총동원하면서 대부분의 참여정부 시절 기관장 및 감사가 물러났고 최고 오래 버틴 게 2개월이었다”면서 “90% 이상 갈렸다고 보면 되고, 남겨진 인사들에 의한 실력행사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여권의 적극적인 과거지우기 공세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번 국감을 과거 정권의 뒷조사 국감으로 몰아가서 사정당국의 정치보복을 뒷받침하려 한다”면서 “정치보복용 물타기 국감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친노세력의 마지막 저항은 미약해 보인다. 그러나 친노세력 핵심에 가담했던 한 인사는 “친노세력들이 모두 현직에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힘이 있기 때문에 때가 되면 힘을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B 정부가 좌파 흔적지우기에 어느 정도 성공할지, 이를 통해 국정 장악력을 얼마나 회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