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16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검거된 이후, 재판부가 조주빈 및 공범들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지난 11월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0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고, 신상정보공개·고지 10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가상화폐 몰수와 1억 600여만원 추징 등을 명령했다(2020고합486). 이는 조주빈이 만기 복역할 경우 65세가 되어야 출소할 수 있고, 출소 후에도 30년간 전자발찌를 차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날 함께 기소된 조주빈의 공범들도 징역 7년에서 15년(미성년자인 1명은 단기 5년, 장기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의 쟁점은 박사방 조직이 ‘범죄집단’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지금까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범죄를 범죄집단조직죄등으로 의율한 선례가 없었고, 박사방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인정하더라도 유료회원 중 어디까지가 적용대상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조계 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의견이 분분했다.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는, 2013년 개정으로 ‘범죄집단’이 추가되어, ‘범죄단체’뿐만 아니라 ‘범죄집단’에도 성립한다. 관련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최근의 판례(2019도16263)에 따르면, ‘범죄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인 결합체를 말한다. 즉, 범죄집단은 범죄단체와 같이 ①목적성 ② 계속성을 요하나 ③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고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면 충분하다.

이번 판결에서, 피고인들은 ‘박사방 조직은 체계를 갖춘 조직이 아니므로 범죄집단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이 형법 제114조에서 정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박사방 조직은 텔레그램상 ‘닉네임’으로 특정 가능한 다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아동과 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오로지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하고 가담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행했고, 대부분 텔레그램 박사방 및 ‘시민의회' ‘노아의 방주' 방에 참여했는데, 이 방들은 모두 조주빈이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한다는 점과 참여자들이 조주빈을 추종하며 지시를 따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했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조주빈의 지시에 따른 공범들의 범행 가담행위는 범행의 규모와 반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원인”이라며 "조주빈이 수령한 가상화폐 대부분을 혼자 취득했다거나 다른 공범들을 속였다거나 하는 등의 사정들은 범죄집단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조주빈의 공범들은 ‘설령 박사방이 범죄집단이라고 하더라도 범죄집단을 조직하거나 가입한다는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조주빈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조주빈이 성착취물을 배포한다는 걸 알면서도 성착취물을 계속 받기 위해 참여하고, 자세까지 요구하는 등 조주빈의 지시를 받고 역할을 수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범죄단체의 목적을 인식한 상태에서 조직에 가담해 활동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하며 주장을 배척했다.

이번 판결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범죄를 범죄집단조직죄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조주빈뿐만 아니라 조주빈의 공범들에게도 중형이 선고된 이유 역시 이러한 판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박사방의 나머지 유료회원들에 대해서도 범죄집단조직죄로 기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료회원 중에서 범죄집단조직죄의 적용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대해 앞으로 첨예한 법적 공방이 벌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 소용돌이 속에 있는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억울함의 해소와 무분별한 처벌의 방지라는 두 시소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 무게중심이 기울지 않기를 바란다.

<민경철 변호사 이력>

[학력]
▲서울 성보 고등학교 졸업 (1988)
▲서울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4)
▲사법연수원 수료(제31기)(1999)

[주요경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2002)
▲광주지방검찰청 검사(2004)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사(2005)
▲인천지방검찰청 검사(2006)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2008)
▲식품의약품 안전청 검사(201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2013.8)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법무법인 올흔 대표 변호사(2016)
▲법무법인 (유한) 중부로 대표변호사(2016)
▲현)법무법인 동광 대표 변호사

[주요자문이력]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2018)
▲식품의약안전처 행정처분 사전심의위원회 위원(2018)
▲경찰수사연구원 발전자문위원회 전문위원(2018)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위원회 전문위원(2018)
▲인천해양경찰서 시민인권보호단 성폭력전담위원(2020)
▲블루환경교육센터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2.01~2023.01.31)
▲경기도 태권도협회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4.01~2022.03.31)
▲서울 강동경찰서 성폭력가정폭력 자문변호사(2020.05.07~2021.05.06)

[상훈]
▲검찰총장 표창 2회(2006)
▲대구고검장 표창(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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