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반발 나도 알고 있어…구애받지는 않을 것"
장제원 "사과가 취임 조건이었다면 당 못 왔을 것"
배현진 "하려면 文정권 탄생시킨 것부터 사과해야"
서병수 "박근혜 덮어씌운 온갖 모함부터 걷어내야"
찬성 목소리도…김근식 "김종인 흔들려는 말장난"

생각 잠긴 김종인 [뉴시스]
생각 잠긴 김종인 [뉴시스]

 

[일요서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와 관련, "사과를 못하게 한다면 더는 비대위원장 직을 맡을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국민 사과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를 뚫고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오는 9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오는 9일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째 되는 날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전직 대통령 대국민 사과 검토에 대한 당내 반발과 관련해 "(당내 반발에 대해)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거기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 강행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는 대국민 사과 시기에 대한 질문에도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테니까 그거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당내 반발 목소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전직 대통령 대국민 사과와 관련해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지 않은 일방적인 강행이라는 이유로 반발 여론이 거세게 형성되는 분위기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이 당내 최다선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반대하는 당의 과거에 대한 사과를 강행하려고 한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私黨)이 아니다"라며 "의원들과 당원들이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수는 없다"며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올 때부터 사과 예고를 했다고 한다. 누구한테 언제 예고했나. 언론이나 혹은 최종적으로 김 위원장을 모시고 왔던 주호영 원내대표 등 그 누구로부터도 듣지 못했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과거에 대한 사과가 취임의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폭주를 막는데 당력을 집중시켜야 할 시기에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만 벌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으로 일주일을 시작한다"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 하시려는가"라며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이번 주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꼭 대국민 사과를 하시겠다는 기사가 도는데 잠시 인지부조화, 아찔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한 기억 가물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는 굳이 뜬금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며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냐' 이 한 마디, 뜨겁게 기다렸다"고 했다.

국민의힘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도 전날 "지금은 (대국민 사과할) 때가 아니다"라며 "과연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에 이르게 된 데 사과를 하지 않아 대한민국의 우파가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우파 전체를 적폐로 몰고 행정·입법·사법을 장악해 독재를 꿈꾸는 무도한 좌파 586 세력을 단죄하기 위해 당 내외의 세력들을 한데 모으고, 당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며 "그런 다음 저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덮어씌운 온갖 억지와 모함을 걷어내고 정상적인 법과 원칙에 따른 재평가 후에 공과를 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우리가 만든 대통령에 대한 올바른 도리이자 우파의 상식이라고 믿는다"며 "예로부터 명장의 덕목 중 나아감과 물러감을 정확히 아는 능력을 으뜸으로 쳤다. 현재에 와서도 다르지 않다. 형세를 정확히 살펴 진퇴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명백한 잘못을 사과함으로써 과거와 결별하고 친박 태극기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공식적, 공개적 사과는 국민의힘이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라며 "국민의힘에 쏟아지는 비호감의 대표적 근거가 바로 5·18 민주화운동 부인하는 독재세력 이미지와 탄핵무효 외치는 친박 태극기 이미지"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8월 망월동에서 5·18 공개사과했고 그즈음 정당지지율이 한때 민주당을 추월하기도 했다"며 "이제 탄핵 의결일을 즈음해 김위원장이 전직대통령 잘못을 공개사과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국민앞에 거듭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명백한 개인 비리 대통령과 정치적, 사법적으로 탄핵 확정된 전직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으로서 당당하고 단호하게 공개사과와 함께 잘못된 과거와 분명하게 결별해야 한다"며 "이제 와서 공개사과를 거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태극기 강경세력의 눈치를 보거나 김종인 체제를 흔들기 위해 우파 의리를 앞세우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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