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조형물 납품 대가...재단에 거액 기부 요구했나

[호반건설]태성문화재단 재산현황 [태성문화재단]
[호반건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호반건설이 아파트 조형물 납품 리베이트를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호반건설이 일부 작가들에게 신축아파트 단지의 조형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그룹 내 태성문화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도록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태성문화재단 측은 순수한 기부행위에 불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과거 부영건설의 비자금 조성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 작가 기부금 총 8억6800만 원...부영건설 사례 언급
- “리베이트 수수 창구로 악용된 정황...중차대한 사안”



호반건설이 아파트 조형물 납품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휩싸였다. 일부 작가들에게 그룹 내 태성문화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도록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 이 같은 요구가 이뤄진 것은 신축아파트 단지의 조형물을 납품하는 대가가 배경이 됐다.

태성문화재단은 2004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미술품을 수집 및 보존 전시하는 등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설립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 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호반 아트리움을 운영하고 있다.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까지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일부 작가들에게 신축아파트 단지의 조형물을 납품하는 대가로 그룹 내 태성문화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도록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태성문화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결산자료의 기부자 명단과 문체부 ‘공공미술포털’에 공개된 조형물 정보를 대조한 결과, 태성문화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인물들 중 총 13명의 작가가 호반건설 아파트에 30점의 조형물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당 작가들이 태성문화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총 8억6800만 원에 달하며, 작가 개인별로 적게는 300만 원에서 많게는 2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반건설]태성문화재단 재산현황 [태성문화재단]
태성문화재단 재산현황 [태성문화재단]

이 같은 기부행위와 아파트 조형물 납품의 연관성에 대해 태성문화재단 측 관계자는 순수한 기부행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의원실이 당시 기부금 출연 및 조형물 납품을 한 작가 A씨와 통화한 결과에 따르면 호반건설 관계자가 신축아파트에 조형물을 납품하는 대신 태성문화재단에 기부금 출연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문 의원실 측은 A씨의 이 같은 진술이 사실이라면, 호반건설은 신축 아파트단지 내 조형물 납품 리베이트를 태성문화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영건설 언급
“조세당국‧경찰 고발”


이 같은 의혹은 과거 부영건설의 비자금 조성방식과 유사해 더욱 논란이 될 전망이다. 부영건설은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건축현장 내 설치하는 미술품의 가격을 부풀리고 작가들에게는 계약금의 40%만 지급한 후 나머지 금액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해당사건의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형사1부는 배임행위로 유죄 판단했으며, 이 밖의 선고를 종합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법정구속했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호반건설 측은 언론 매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문 의원 측은 리베이트 의혹 관련 등 향후 절차가 진행되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 의원은 “본 사안은 태성문화재단이 문화예술사업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호반건설의 리베이트 수수 창구로 악용된 정황이 드러난 중차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와 같은 불법행위를 근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문 의원은 “호반의 공공택지 입찰담합 및 미술품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해 공정위와 조세당국 및 경찰 등에 고발을 추진중”이라며 “의정활동을 통해 기업들의 불법·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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