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이 흔들리고 있다. 고공행진을 거듭해왔던 지지율 추락세가 지속되면서 레임덕 위기에 직면했다. 온갖 위기상황에서도 40%대 초중반을 유지했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 밑으로 추락하더니 최근 30%대 중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해 임기 5년차를 맞아 레임덕이 현실화될 만큼 중대한 위기 상황이다. 악재는 한둘이 아니다. 내치와 외치 모두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내치다. 자칫하면 퇴임 무렵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광범위한 민심이반은 물론 코로나19 재확산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K방역 성공신화마저 위태로운 수준이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장기간의 갈등 사태는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 나서는 기묘한 광경까지 연출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마무리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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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난맥상에 추윤갈등까지대통령 지지율 30%대 추락
- 이대로 가면 레임덕 현실화지지율 상승 반전 가능성도 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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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전망도 밝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30일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지명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교체하는 국면전환용 개각을 단행했다. 이어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이 동반 사의까지 표명했다. 다만 위기탈출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이른바 추윤갈등으로 촉발된 위기에서 벗어나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와의 관계설정도 변수다. 더구나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망이 불투명한 점도 부담이다. 지난 20186월 지방선거와 지난 421대 총선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둔 것과는 달리 정반대의 성적표를 얻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미니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보선에서 여권이 모두 패배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민주당 내부에서 수평적 당청관계를 요구하면서 차기 주자들이 현직인 문 대통령과 공개적인 차별화 행보에 나설 경우 최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곧 식물 대통령의 시작이다.

부동산·추윤갈등·백신논란 3대 악재 지지율 '휘청'

문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위기는 지지율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국내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지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지난 3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6.4%포인트 하락한 37.4%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이 4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후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미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전주보다 1% 포인트 떨어진 39%를 기록했다. 이 또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문 대통령이 갤럽조사에서 39%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조국사태 당시와 지난 8월 임대차법 개정안 통과 이후 부동산 민심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였다.

이후 조사에서는 지지율 더 추락했다. 특히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교체하고 변창흠 장관을 내정하면서 4개 부처 개각을 단행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1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전주보다 0.3%포인트 하락한 37.1%를 기록하면서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 11일 갤럽 조사에서도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8%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14일 공개한 조사에서는 36.7%로 내려앉았다. 대선 득표율인 41%보다 낮은 것으로 각종 악재에도 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했던 지지층이 등을 올린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취임 초기 80%에 육박했던 기록적인 지지율이나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시즌 60%를 넘어섰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부동산정책 난맥상,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이른바 법검갈등의 여파였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빵장관으로 조롱받으며 부동산정책 실패의 상징이 됐다.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은 백방이 무효였다.

실제 주요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문 대퉁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요인은 부동산정책 법무부·검찰 갈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특히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지난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것과 관련,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속에서 백신 늑장확보 논란도 위기를 배가시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으로 상징되는 K방역 성공신화의 근간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글로벌 제약사인 모더나의 스테판 반셀 CEO와의 통화를 통해 백신 도입을 서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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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노영민 교체 인적쇄신 승부수 띄웠지만...

대통령 지지율의 지속적인 추락에 청와대는 비상이 걸렸다. 대선 득표율 41%보다 낮은 30%대 중반의 지지율이 지속될 경우 국정운영은 쉽지 않다. 대선 때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지지층마저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지율 상승 반전이 어렵다면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집값 상승과 전세난 심화 현상이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공수처 출범을 둘러싸고 여야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선택한 위기탈출 방안은 인적쇄신이었다. 우선 지난 4일 현 정부 원년멤버인 김현미 장관을 교체하는 충격 요법을 선택했다. 다만 후임인 변창흠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및 언론의 검증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2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60%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뾰족한 묘수가 보이지 않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의 승부수는 곧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30일 하루에만 3건의 인사발표에 나서며 과감한 인적쇄신에 나선 것이다. 어수선한 정국을 마무리하고 내년초 방역과 경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초대 공수처장에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이어 추미애 장관을 교체하고 후임에 박범계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김진욱 후보자와 박범계 후보자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개혁을 위한 전진배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까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노영민 실장은 지난해 1월부터 약 2년 가까이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한때 부동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곁에 둘 만큼 신임이 두터웠다. 김상조 실장 역시 1년 반 동안 청와대 정책사령탑으로서 굵직한 정책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정무와 정책분야 양대 축을 교체한다는 것은 국정쇄신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성적표, 레임덕 가를 최대 분수령

인적쇄신 흐름으로 내년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대권도전 및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서울시장 보선 도전에 따른 개각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1월 중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임기 마지막해의 비전과 구상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최대 분수령은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다. 또하나의 대선으로 평가될 만큼 중요한 선거 이후 때문이다. 21대 총선 이후 약 1년 만에 수도권과 영남 민심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선 결과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좌우할 분수령이다. 만일 둘 중 한 곳이라도 승리하면 국정장악력을 다시 높일 수 있다. 반면 모두 패배할 경우 레임덕 위기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다.

현 상황은 매우 어렵다. 서울시장과 부신시장 보선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의 여파로 열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무공천 당헌까지 뒤집고 양대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내로남불의 몰염치를 선보였다. 정치적 대의명분을 헌신짝처럼 버린 셈이다. 게다가 정당 지지율마저 여야 상황이 역전됐다.

서울과 부산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요인은 보수야권에서 아직 절대 강자없는 도토리키재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주자들을 앞서고 있다.

부산시장 보선의 경우 현실적으로 민주당 승리가 어렵지만 서울시장 보선의 경우 도덕성과 경쟁력을 갖춘 최적의 후보를 내세운다면 승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말 국정반전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여의도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 모두 취임 초에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지만 임기 중후반으로 갈수록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다대통령 5년 단임제 특성을 고려할 때 레임덕은 피하기 어렵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는 곧 참여정부 말기와 유사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각종 악재로 추락하고 있지만 보수야권 역시 국민에게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도 엇갈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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