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상실 쓰나미’ 재보선 텃밭 지각변동


‘금배지’가 위태로운 의원들이 많이 생겨났다. 18대 총선사범 재판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해당 의원들은 다양한 혐의를 안고 있지만, 여전히 국회에서 사무실을 열고 활동 중이다. 물론 일부 의원들은 구속 중에 있어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의원직 상실위기에 몰린 의원들의 항변을 들었다.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가 하면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입장 해명에 난색을 표했다.

이 재판들은 내년 재보궐 선거와 직결돼 있다. 여권 정계 거물들의 복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의원직 상실’이란 위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한편 내년 재보궐 선거 구도를 예측해 봤다.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18대 총선 수사결과 당선자 34명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12명이 당선무효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 1심을 거쳐 항소나 대법원에 상고 중에 있다.


당선무효 12명 전망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4명(구본철, 윤두환, 박종희, 안형환), 민주당 2명(정국교, 김세웅), 친박연대 3명(서청원, 양정례, 김노식), 창조한국당 1명(이한정), 무소속 2명(김일윤, 이무영) 등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안형환 의원만이 자료를 통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안 의원은 최근 해외대학 수학기간 미기재, 당원집회 제한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15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안 의원은 “허위학력 기재로 보도되고 있는데, 예비후보자 홍보물과 명함에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학력을 기재하면서 그 수학기간(1년)을 기재하지 않아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기소의 취지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천 확정 후 최초로 본인 소개를 위해 올해 3월 24, 25일 양일간 오전 오후로 나눠 총 4회 각 20분간, 각각 약 20여명의 당원을 대상으로 당원모임을 가졌고 이것이 당원집회 제한규정에 위배돼 기소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재판결과 해명을 꺼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세웅 의원 측은 “재판결과에 아쉬움은 있지만, 법정에서 다투는 문제를 언급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친박연대는 서청원, 양정례, 김노식 의원 등의 재판을 한꺼번에 다루고 있다.

서청원, 양정례 의원 측은 법정에서 유죄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노식 의원 측은 재판결과에 대한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김 의원 측에 따르면 김 의원은 11대 때 한나라당 상임위원으로 있다가 친박이란 이유로 공천에 탈락했고, 친박연대라는 신생 정당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대책본부장이란 중책을 맡았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돈을 빌리기로 했다. 당시 현역의원 5명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2명이 불참해 국고보조금 등을 받지 못했다.


공직 선거법 문제 집중 제기

빌린 자금이 문제 된 것인데 비례대표 공천을 돈 받고 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김 의원 측은 “김 의원이 재선이고 중책을 맡고 있는데 대가를 받고 공천을 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정치자금법 47조2항이 올해 처음 적용되는 데 상당히 경직돼 있다”면서 “정당 및 정치인의 법 적용 첫 사례가 됐다”며 선거법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무소속 의원들도 재판결과 해명에 다소 적극적으로 나섰다.

무소속 김일윤 의원 측은 “금품 제공혐의는 검찰 쪽 입장”이라며 “법리적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는 “처음부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이 진행 돼야 하며 쟁점사항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구속했다”면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 자체를 방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우리가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으로 재판이 전개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기간 중 선거활동비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살포했으며, 상대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무소속 이무영 의원은 대법원에 위헌신청을 하는 등 재판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선관위 주최 TV토론에서 무의식적으로 단어 하나 꺼꾸로 말한 것 같고, 허위사실 공표죄가 적용돼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TV토론 석상에서 상대 후보가 “나중에 한나라당 갈 사람” “미국에서 공부 안하고 유명 가수 부부와 골프를 쳤다” 등 인신공격을 많이 했고, 분위기가 격앙된 상황에서 당시 이 후보가 ‘친북’을 ‘북침’으로 잘못 말하며 상대 발언에 대응했다.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어서 후에 사과방송까지 했다. 그러나 상대후보가 고소했다.

이 의원 측은 “방송 토론상의 무의적인 발언으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다면 누가 토론에 참여하겠느냐”면서 “선거법이 개인의 의사, 표현의 자유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허위사실 공표죄의 경우 무조건 벌금 500만 원이고, 판사 재량권이 적용돼도 벌금 250만 원이어서 의원직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의원은 현재 대법원 상고 중이며, 대법원에 위헌 신청도 함께 냈다. 위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총선 선거사범 재판은 내년 재보궐과 직결돼 있다. 각 재판 결과도 중요하지만, 이 재판 결과에 따라 특정 인사들의 정계 복귀가 가시화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내년 4월 재보선 출사표 벌써 후끈

정치권에서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1심이 진행 중인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창조한국당 이한정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확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 문국현 대표의 재판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들이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MB계의 핵심인사였던 이방호 전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의 출마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창조한국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한정 의원의 상고 결과는 1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 문국현 대표의 1심은 이달 말에 나올 예정이며, 2심과 3심까지 내달 3월 말까지는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재보궐 시점에 맞춰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 연대의 재판 건도 MB계의 세력화와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의원직을 상실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청원 의원 등이 살아나 한나라당에 복귀할 경우 당내 친박계 세력의 힘이 한층 막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전라도 지역의 경우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정동영 전 의원이 복귀하진 않을 전망이다.

정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은 “정 전 의원은 현재 재보궐 예상지역들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이 살기 위해선 재보궐 이후에 복귀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한 정치분석가는 “이한정 의원과 강기갑 의원 재판은 MB계를 직접적으로 돕고, 친박연대 관련 재판은 간접적으로 MB계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총선재판으로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이 불거짐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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