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추미애-윤석열 사태여파로 대권구도가 이낙연·이재명양강구도에서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강구도로 재편됐다. 언론의 모든 관심이 3명의 주자에게 쏠리고 있는 가운데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세균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코로나 총리로 행정 능력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대선 출마를 위한 대권 플랜을 가동한 모습이다. 정 총리는 최근 행정가 총리가 아닌 정치인 정세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대선 출마를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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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맞은 이낙연 민주당 지지층·호남서도 흔들, 틈새 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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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스마일은 잊어라이미지 변신꾀하는 , ‘이낙연·이재명동시 저격

지난 14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정세균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디딤돌로 대권행에 올라탈까. 정 총리는 지난해 114일 취임하면서 경제총리’, ‘통합총리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취임 1주일 째였던 1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 정 총리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방역에만 집중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총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6선 국회의원 출신에 내각 경험도 풍부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세균 총리는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에 비상대책위원장과 의장,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고 지금은 모든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를 맡고 있다. 정 총리는 그동안 활발한 정당 정치를 해온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내각 경험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통령만 빼고 다 해본여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다.

국회의장을 지낸 정 총리가 국회의장보다 의전서열상 아래인 국무총리로 옮겨가자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2022년 대선을 노리고 총리직을 수락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정 총리가 아직까지는 대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 총리가 4월 재보궐 선거 이후 총리직을 벗고 대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총리는 지난해 11월 광주KBS 특별대담에 출연해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저의 책무가 무겁고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하기에도 바쁘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정 총리는 내년 3월에 어떤 말을 할 시간이 다가올 것으로 보느냐고 재차 묻자 그때 보시죠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 총리는 1950년생으로 올해 72세다. 21대 대선이 있는 2027년에는 78세가 된다. 나이를 고려한다면 차차기보다는 내년 3월 치러지는 20대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정 총리는 미스터 스마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성품이 온화하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6선을 지내는 동안 범친노·친문 행보를 하며 당내 기반도 탄탄하게 다져 놓은 상태다. 사실상 정 총리의 정치 이력으로만 본다면 그의 대선 도전이 이상할 것도 없다.

문제는 낮은 지지율과 인지도, 이낙연과 이미지 겹쳐

그러나 문제는 일반 대중들이 정 총리를 대선주자로 인식하지 않고 있고 이는 낮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2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정세균 총리의 지지율은 2.2%에 불과했다.

정 총리는 이낙연 대표와 호남·총리 출신이라는 점이 같고 중도적 이미지도 겹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에는 차별성이 약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문 진영이 이낙연 대표의 본선 경쟁력이 계속 하락할 경우 정치적 앙금을 갖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항마로 정세균 총리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4·15 총선 직후 40%대 지지율을 넘나들던 이낙연 대표는 지지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10%대까지 추락했다.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 다툼을 벌이고 이 대표는 3위로 뒤처진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거기다가 그동안 이낙연 대표가 우위를 보였던 호남과 민주당 지지층에서까지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 지사에게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실시한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23%, 윤석열 총장이 13%, 이낙연 대표는 10%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이 지사(43%)가 이 대표(23%)를 크게 앞섰다. 광주·전라에서도 이 지사의 선호도(28%)가 이 대표(2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낙연 위기’, 정세균 대권 공간 넓힐 기회 생겨

이 때문에 정 총리가 이낙연 대표의 위기를 틈타 이재명 지사의 대항마 자리를 노리고 본격적으로 대권 플랜을 가동시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듯 최근 행정가 총리보다는 정치인 정세균의 행보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정 총리는 지하철 안내방송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방역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16일부터 정 총리의 육성으로 녹음된 15초 분량의 안내방송이 지하철 2호선에서 나오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정 총리는 지난달 정책 홍보 방송 KTV 토크쇼 총리 식당진행자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총리 식당은 정 총리가 매주 한 차례 총리공관으로 부처 장관을 초청해 식사하며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사 국가고시 거부자들에게 재응시 기회를 주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정 총리는 최근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대표를 동시에 저격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할 것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저는 더 이상 더 풀자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또 정 총리는 지난 14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가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경제적 불평등 완화를 명분으로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저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면서 현재 우리가 법이나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사실은 그것을 법과 제도화해서 연구하려면 여러 가지 논란이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시종일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눈길을 끌었다. 정 총리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수급 책임을 담당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발언하자 떠넘기긴 뭘 떠넘기냐. 질의는 좋은데 국가 원수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품위를 지켜라라며 친문 표심을 겨냥해 문 대통령 엄호에도 적극 나섰다.

정 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언급하다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던 정 총리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평소 온화한 언행을 해온 정 총리는 그동안 자기 색깔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세균이 달라졌다”, 정세균 이미지 변신 시도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대권을 염두에 두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단호한 국정 총괄자의 면모를 앞세워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세균 총리가 이낙연 대표가 무너졌을 때를 대비해 대안으로서 자신을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그동안의 미소 짓는 정 총리의 이미지와는 약간 다르지만 자신도 강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가 이미지 변신으로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을 대권 주자로 각인시키고 동시에 유력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한 언론을 통해 앞으로 정책이나 국민적 이슈에 대해 훨씬 더 분명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지지도는 아직 높지 않지만 명실상부하게 대선 주자로 인식되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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