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확 달라졌다. 기폭제는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선언이 됐다. 출마의 변 핵심은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는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출마배경과 의지는 명확했다. 문재인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위해 차기 대선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가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것은 한두 번 밝힌 게 아니고 본인 역시 반문연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말해 크게 파급력을 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본인을 스스로 ‘야권의 단일후보’로 자청하면서 야권 승리를 이끌겠다는 발언은 후폭풍이 컸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발끈했다. 그는 안 대표가 출마선언한 다음날 “안 대표가 출마한다는 소식도 알지 못했다. 서울시장 출마한다고 결심한 사람이 한 둘도 아니고 수도 없이 많다. 안 대표도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야권단일후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당 대표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과 안철수 대표간 단일화 갈등은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비밀회동을 가졌지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비밀회동이후 김 위원장은 기자들의 거듭된 단일화 질문에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 나를 만났다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짜증섞인 답변을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입장지만, 안 대표는 소극적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선수가 확정된 후 야권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일 공산이 높다. 야권단일화관련 안 대표는 아픈 경험이 있다. 

과거 2012년 대선에서 막판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서 나간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을 한 바 있다. 이후 양 진영이 룰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이다가 안 대표는 ‘단일화 프레임’에 빠져 지지율은 더 떨어졌고 급기야 단일화 논의중 후보직을 반강제적으로 양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2020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3석의 안 대표가 102석의 제1야당에게 선제공격 한 셈이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선언때부터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야권단일후보 제안을 먼저 함으로써 제1야당을 ‘단일화 늪’에 빠져들게함으로써 주도권을 쥐게 됐다. 

확실하게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런 정치적 노림수를 잘 아는 노련한 김 위원장은 ‘단일화 늪’에서 벗어나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그 양반은 정신적으로 자기가 유일한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도대체가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안철수 대표가 쳐놓은 단일화 덫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9단인 김 위원장이지나 초단인 안 대표에게 쩔쩔매는 형국이다. 한때 철수(撤收)의 정치인, 간철수라며 비아냥을 받던 안 대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진격(進擊)의 정치인, 강철수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월9일날 열린다. 3개월 정도 남았다. 그러나 본격적인 단일화 승부는 국민의힘의 후보가 결정된 3월에서야 대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과연 정치초단인 안 대표가 9단인 김종인 위원장을 잡을 수 있을까. 일단 안 대표의 주도권을 잡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꿩잡는 게 매’라는 속담도 있지만 과연 단일화 승부의 결과가 어떻게 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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