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 최대 근무시간 24시간…쪽잠 자며 버틴다

[사진=성동도로사업소 제공]
[사진=성동도로사업소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사람들은 크고 중요하거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에는 집중하지만 작고 사소한 일은 근본적인 일이라고 해도 경시해 버린다. 우리 사회에는 작고 사소해 보여도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한다. 지난 21일, 일요서울은 제설작업을 하며 3번째 겨울을 맞고 있다는 서울 성동도로사업소 소속 차모 주무관을 만났다. 

- 빨리 안 간다고 ‘빵빵’…제설차 앞지르다 사고 나기도
- “시민들 협조 부족해…욕보다 이해해 준다면 힘 날 것”

-제설 작업 과정은 시민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이뤄지나.
▲ 제설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기상청, 도로관리부서, 제설작업자 간의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우선 도로관리부서에서 기상청 날씨 예보를 파악해 비상근무를 발령하고 상황실에서는 작업자들에게 눈이 쌓이는 구간을 알려준다. 경찰이나 시민들로부터 미흡한 구역에 대한 민원까지 받아 이에 대한 정보를 현장에 나가는 제설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작업자들은 제설제와 제설차를 이용해 작업을 진행한다. 제설차 뒤쪽에서 살포하는 제설제는 주로 소금이나 염화칼슘인데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적설량이 많지 않을 때는 제설대책 상황실의 판단으로 소금을 살포한다. 최근처럼 폭설로 눈이 몇 센티미터씩 쌓일 때는 염화칼슘을 살포한다. 눈이 많이 와서 제설제로 부족한 상황에는 제설차 앞에 삽날을 달아 밀어서 눈을 치우기도 한다. 제설 작업은 도로사업소 직원과 계약을 맺은 제설업체가 제설구역을 나누어 함께 실시한다.

-제설 작업을 위해선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
▲ 제설차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1종 대형 면허는 필수다. 이 외에도 총괄 담당 실장님의 경우는 건설기계중장비 면허가 있는 걸로 안다. 제설차에 염화칼슘을 싣는 등의 상차 작업에 면허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3년간 제설 작업을 해보니 어떤가.
▲ 최근 몇 년간 서울시에 눈이 많이 안 와서 겨울이라고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올해는 애로사항이 꽤 있었다. 얼마 전 폭설이 내렸을 때 제설 작업을 하러 가는데 퇴근 시간과 겹쳐 도로에 차가 꽉 막혔다. 강남에선 폭설로 일부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가는 모습도 보였는데 차가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던 것 같다. 도로에 차가 없을 때는 2시간 걸리는 일이 차량이 많을 때는 4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시민들을 안전하게 챙기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 시민들의 협조가 부족해서 힘들 때가 있다. 제설 작업을 하다 보면 지나가던 차에 염화칼슘이 살짝 튈 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창문을 내리고 욕설을 하거나 손으로 신호를 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또 제설차는 15톤짜리 덤프트럭이라 차선 하나를 꽉 차게 차지하는데 눈이 많이 올 때는 제설차 앞에 큰 삽날까지 달게 되면 차선을 넘어가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천천히 갈 수밖에 없는데 뒤에서 빵빵거리거나 제설차를 추월하려는 차량 때문에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다. 제설차도 구급차처럼 긴급차인데 시민들은 그렇게 생각해 주지 않아서 종종 어려움이 있다. 

-근무 시간은 어떻게 되나.
▲ 영상 2℃~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졌을 때, 강수확률 30%를 기준으로 제설 비상단계가 발령되면 ‘보강기준’ 행정명령이 떨어져 대기하게 된다. 사업소에서 기다리면서 기상청의 예보를 주시한다. 항상 3시간 전에 미리 출근해 상황을 파악하고 차량 시운전을 해 보거나 제설 장비 점검을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끝낸다. 비상근무 체계는 보강, 1~3단계까지 있는데 각 단계에 맞게 인원수가 정해져 있다. 3단계가 발령되면 전 직원이 대기하기도 한다. 

-강설 예보가 있으면 비상근무도 많을 것 같다. 피로도가 높을 것 같은데.
▲ 비상근무 때는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이 최대 근무시간이고 이후 다음 조가 교대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일 폭설로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며칠 동안 근무 해제가 되지 않았다. 밤새도록 눈이 왔던 터라 조금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하는 분들도 계셨다. 사람인데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작업을 계속하지 않을 때는 대기시간에 최대한 쪽잠이라도 자면서 보충한다. 

-제설 작업 혹은 통행 관련 민원도 많을 것 같다. 
▲ 비슷비슷한 민원이 일부 들어온다. 눈이 덜 녹은 곳이 있다고 하면 제설차 한 대로도 힘들 때는 두 대로 염화칼슘을 완전히 살포해서 최대한 빨리 녹게끔 한다. 가끔 오르막에 눈이 안 녹아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땐 차가 못 올라가니까 언덕 초입에 차를 대고 민원 전화를 하느라 길을 막고 있을 때도 있다. 제설차가 들어가서 제설 작업을 할 공간을 막아놓게 되면 작업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 제설 작업을 하고 나서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을 때 ‘제설 작업을 제대로 했구나’ 생각하며 스스로 뿌듯하다. 우리의 역할은 시민들이 안 다치는 게 우선이다.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안전하게 사고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다른 사업소분들도 마찬가지로 고생하고 있다. 

-제설 작업을 하면서 위험한 상황은 없었나.
▲ 사소한 접촉사고가 날 때도 있다. 급하게 가서 나는 사고가 아니라 차가 천천히 움직이 다보니 빠르게 앞서 가려는 다른 차들이 삽날 등을 치고 가는 사고가 발생한다. 사고율이 높지는 않다. 사고가 났을 때는 보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데 시민이 안 다치도록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우려된다. 

-제설 작업을 안 할 때는 어떤 작업을 하나.
▲ 도로사업소 소속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도로를 유지, 관리하는 업무를 주로 한다. 예를 들면 포트홀 및 무단횡단금지시설 파손 등을 보수하는 업무다. 여름철에는 장마나 태풍 예보가 있을 때 지하차도 내부 등이 침수되지 않도록 수방 대기 근무를 한다. 제설 대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업무 공간이 차량이 다니는 도로다 보니 위험천만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는 작업인 만큼 도로 유지보수시 약간의 차량정체가 발생되더라고 시민분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준다면 보람된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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