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여권 차기 지형이 급변하면서 친문진영의 숨은그림찾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친문진영의 권력 재창출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가 가속화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긴급 소환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구도 속에서 제3후보를 모색해온 친문진영의 최종 목적지가 친노친문 적자인 유시민 이사장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물론 유시민 이사장은 이미 오래 전에 현실정치에서 은퇴했고 차기 대선 불출마를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다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여의도 정가의 오랜 격언을 볼 때 설왕설래에 그치던 유시민 차기 대권론이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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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독주 속 친문 3후보최종 목적지는 결국 친문적자로 
- ‘정계은퇴-차기 대선 불출마입장 유시민 이사장 대안급부상

한때 친문진영에서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대표를 뛰어넘을 친문진영의 제3후보 찾기가 유행한 적이 있다. 친문진영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향해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김경수 지사는 드루킹댓글 재판 2심 일부 유죄 판결로 빛을 잃었다. 이후에도 정세균 국무총리, 강원지사를 지낸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다만 정치적 파괴력만큼은 유시민 이사장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유 이사장은 폭넓은 대중성과 높은 인지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이다. 게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친노친문 진영의 대표 적자다. 특유의 날카로운 언변 때문에 정치적 비토층 또한 광범위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지지층의 팬덤도 갖춘 유일무이한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여야 정치권이 유시민 이사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지지율 상승세에 친문진영 위기감 고조

오는 20223월 차기 대선을 1년여 가량 남겨둔 현 시점에서 절대 강자는 이재명 지사다. 주요 정치인들이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 지사로서는 최근 정치적 환경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상황이다.

신년 초만 해도 차기구도는 이재명 지사, 이낙연 대표, 윤석열 검찰총장의 3파전 양상이었다. 이후 한달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이낙연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라는 자충수로 여권 지지층의 강력한 비난에 시달렸다. 이는 지지율에 그대로 나타났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이 지사가 3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 대표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반등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반짝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을 뒤흔든 추미애·윤석열 갈등국면에서 이른바 ()문재인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지지율이 급등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의 여파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빈 공간을 메운 것은 이 지사였다. 이 지사는 지난해 4월 총선 21대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 19 상황에 따른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쟁을 주도했다. 코로나19 정국이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이 지사 특유의 트레이드 마크가 또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는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은 매표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4월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피해로 절망적 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이 때문에 4차 재난지원금 정국의 정치적 과실을 이 지사가 오롯이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 지사의 최근 상승세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 지사와 거리를 둬왔던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스킨십 강화에 나선 것도 민주당 내부에서 달라진 이 지사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변이 없다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쳐 차기 대선에서 이재명 지사가 대권을 거머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3후보론속왜 이 시점에 사과유시민 차기대권 출마설

이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바빠진 것은 친문진영이다. 이 지사와는 지난 2017년 대선은 물론 2018년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친문진영을 향한 러브콜을 강화하고 있지만 친문진영 안팎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 제3후보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정세균 국무총리다. 여권 아이디어 뱅크를 자처하는 이광재 의원의 최근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정세균 총리는 차기 대권 도전을 앞두고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4월 재보선을 전후로 대권도전을 위한 정치무대 복귀가 유력한 상황이다. 코로나 손실보상 이슈를 주도하면서 재정당국의 반발에는 기재부의 나라이냐고 반발할 정도였다. 범친문 성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낙연 대표의 대체재로서 이재명 지사 견제를 위한 친문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광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김경수 지사를 많이 생각했었다노무현 대통령께서 저렇게 비극적으로 우리 곁을 떠나셨는데 과연 내가 그만한 자격이 있는 건가 (생각하고 있다)”라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밖에 김두관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역시 정치 이슈나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친문진영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거론하기도 한다. 다만 추 전 장관의 경우 윤석열 총장과의 갈등구도에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다만 언론에서 거론되는 제3후보론의 파괴력이 예상만큼 크지 않자 친문진영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가끔 언론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 또는 정치재개 움직임이 보도될 때마다 소설에 불과하다며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친문진영의 제3후보 찾기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시민 이사장이 과거 제기했던 검찰의 노무현재단 계좌 열람 의혹 제기에 대해 공개 사과하면서 차기대선 구도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유 이사장의 사과가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악재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권은 입장 표명을 삼간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반면, 야권은 적극적인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공개사과였지만 여야 정치권은 유 이사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특히 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기 인물난에 시달리는 야권은 즉각적인 반발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와 관련, “뒤늦은 사과에 대해 어떠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유 이사장의 태도에 드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노무현재단 이사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도읍 의원 역시 왜 이 시점에 사과를 했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사과에 대한 이유와 근거가 없다 보니 검찰 수사에 대한 정상 참작. 대권 도전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이사장들의 특별대담'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4대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3대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초대이사장), 유시민(왼쪽부터) 현(5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2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사진=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뉴시스
지난해 12월 15일 오후 노무현재단 유튜브채널 '이사장들의 특별대담'에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4대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병완 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3대 이사장), 한명숙 전 총리(초대이사장), 유시민(왼쪽부터) 현(5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사말 하고 있다. 2대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사진=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뉴시스

정치는 결국 생물등판 가능성 4월 보선결과

유시민 이사장이 차기 대선에 나설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유 이사장 본인 스스로가 수차례 정계은퇴 입장을 공언해온 만큼 현 단계에서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 이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매우 불편하다며 차기 도전설을 보도한 언론에 유감을 전한 바 있다. 다만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일컬어지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면 이후 여야의 정치지형의 유동성이 커질 경우 유 이사장의 거취를 놓고 여야가 보다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민주당이 만일 양대 선거에서 전패할 경우 대선 승리와 경선 흥행을 위해 유 이사장의 참전을 요구할 수도 있다. 더구나 친문진영에서는 친문적자로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마땅한 대안이 없을 경우 보다 직접적으로 유시민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야권의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지지율 10%를 넘어서는 차기 주자 한 명 없는 상황에서 여권의 차기 경쟁이 더욱 국민적 이목을 끄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평론가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차기 대권 등판 가능성과 관련해 유시민 이사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정계은퇴 및 차기 대선 불출마 입장을 밝혀온 현 상태에서는 액면 그대로 믿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정치지형의 유동성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대로 여권이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유 이사장이 본인의 의지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인사는 서울시장 불출마와 차기 대선 직행을 선언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정치적 상황변화를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에 참전했다차기 지형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물밑 움직임이 가속화될수록 유시민 카드를 소환하는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유 이사장은 과거 옳은 말을 싸가지없이 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면서도 현 정부 들어서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와 대중적 인지도를 보다 확장시키며 정치적 상품성은 더 커졌다면서 정치권의 소환요구에 유 이사장이 결단할 경우 여야 차기 지형을 뒤흔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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