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고,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졌으나 민주당이 던진 ‘가덕도 프레임’ 등으로 인해 국민의힘 투톱인 ‘김종인-주호영’ 간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은 ‘가덕도 프레임’을 돌파하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찬성, 한일 해저터널’ 공약까지 거론했으나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과 함께 ‘5월 전당대회 개최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수면 아래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다양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 주호영, 조경태, 윤영석, 정진석 등 당권 주자 거론...김무성도 출마?
- ‘충청권’ 홍문표‧정진석 당권 도전설...‘충청권 교통정리’ 불가피
- 야권후보로 선출되지 못한 서울시장 후보군도 잠재적 당권주자?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해체 후 재창당’, ‘제3지대 헤쳐모여’ 등 국민의힘의 앞날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 탓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4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임기연장 힘들 듯, 본인도 거부…TK서도 불만

이럴 경우 4월까지가 임기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의 지지율이 빠지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야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위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는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 김 위원장의 1년도 성공했다는 평가와 함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내년 대선까지 ‘김종인 체제’로 가는 게 최선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초선의원들이 김 위원장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인 당내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의힘의 전통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비토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당에서 중도로의 외연확장을 위해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지렛대로 중도성향 유권자를 설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과 달랐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중진들을 중심으로 안 대표의 국민의힘 경선 참여 의사를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김 위원장은 야권후보단일화를 고집해 중도 외연 확장을 노렸던 당 의지가 퇴색됐다”며 “김 위원장이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권 도전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딴 사람처럼 무슨 미련 있는 사람이 아니다.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당내에서 새로운 정통성 있는 지도부를 꾸려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임기연장을 할 경우 당내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찬성 등으로 인해 국민의힘 텃밭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상태”라며 “당권에 도전하더라도 쉽지 않고, 김 위원장 본인도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임기 연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주호영 출마설에 충청권 교통정리까지?

이로 인해 물밑에서 일부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고, 보수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5월 전당대회 당대표에 도전할 인물이 마땅한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 원내대표가 당대표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 필리버스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찬성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국토부 전체회의에서 대구‧경북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반대’ 입장을, 부산‧울산 등 다른 지역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가덕도 신공항 찬성’ 입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로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해 민주당의 ‘갈라치기’ 전략에 당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주 원내대표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 의원들 역시 주 원내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인해 지역의원들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한 측면은 있다”며 당권 도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 체제에서 주 원내대표가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로서 직무대행을 수행한 뒤 차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정진석 의원도 ‘당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여야 원 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국회부의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태다. 보궐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정 의원의 주가도 뛸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지역적으로 충청권이라는 점도 메리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삼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지금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번 재보선을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는 일념밖에 없다”며 “이번 재보선에 비하면 제 거취는 중요한 게 아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다음의 일”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대해선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나 당내에서는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같은 충청권 출신인 홍문표 의원도 당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은 “차기 당대표 출마에 의지를 갖고 전국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충청권 출신인 정진석-홍문표 의원 간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조경태 의원과 윤영석 의원이 일찌감치 당 대표 출마를 공언한 상태다. 이들은 한 때 김 위원장 리더십에 불만을 제기하며 조기 전당대회를 강조하는 등 김 위원장 흔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김무성 당권 도전, 주변에서 '설득 중'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에 도전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지 못할 시 당권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와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나경원, 오세훈) 중 단일후보로 선출되지 못한 후보의 경우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 서울시장에 나선 한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 선출이 안되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서울시장 최종 후보가 안되면 당권에 나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후보의 경우 현역의원들을 모두 만난 상황”이라며 “왜 만났겠느냐. 전당대회에서 현역의원들의 지원이 있어야 당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무게감 있는 인사’가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김무성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김 전 의원 주변에서 당권 출마 필요성을 언급하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설득에 의해 당초 당권 도전에 부정적이었던 김 전 의원이 “고민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말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가) 없다”며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나. 사심 없이 당을 돕고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지, 주변에서 난리”라며 언급해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