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통일문제연구소 제공]
[사진=통일문제연구소 제공]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통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새벽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9세.

통일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백 소장은 이날 오전 입원 중 영면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왔다.

1933년 황해도 은율군에서 태어난 백 소장은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 등에 매진하며 한국 사회운동 전반에 참여했다. 1960년대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며 모진 고문 등 고초를 당했고, 6·3세대와 연대해 굴욕적인 한일협정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박정희 유신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윤보선, 함석헌, 장준하 선생과 함께 야권 통합 운동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전태일 분신과 광주 대단지 사건 등 민중들의 생존권 투쟁이 분출하는 가운데 민중항쟁의 주체적 맥락을 다시 세우고자 애쓰다가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으로 장준하 선생과 함께 구속되기도 했다. 또 장준하 선생과 민족학교에서 ‘항일민족시집’도 발간했다. 

1980년대에도 재야인사들과 민주회복국민회의를 결성하고 백범사상연구소를 발전적으로 해체, ‘통일문제연구소’로 확대 설립했다. 1987년과 1992년에는 민중 대통령 후보로 추대 출마해 민중의 독자적인 정치 시대를 알렸다.

1990년대에는 민주노총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결성해 고문으로 추대됐고 재야 전국연합을 창립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범국민투쟁본부를 결성하는 등 노동운동과 통일운동도 병행하면서 사회 개혁에 나섰다.

이후에도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싸움을 시작으로 용산참사, 쌍용차, 현대기아차비정규직, 유성기업, 콜트콜텍, 파인텍,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를 위한 희망버스 운동 등 노동자, 민중투쟁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했다. 지난해 병상에서 심산 김창숙 연구회가 주최한 ‘제22회 심산상’을 수상했다.

백 소장은 2018년 4월 심혈관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에 긴급 입원해 12시간에 걸쳐 관상동맥우회술을 했다. 그 뒤 4개월간 요양을 하며 회복했지만 2020년 9월부터 다시 폐렴 등으로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과거 독재정권에서의 모진 고문 후유증으로 마지막까지 투병하다가 영면했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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