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의장 대망론, ‘충청후보’ 기대심리 반영일 뿐”

박병석 의장, 정세균 총리 [뉴시스]
박병석 의장, 정세균 총리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여권의 차기 또는 차차기 대권주자로 박병석 국회의장이 부상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을 지낸 호남 출신의 정세균 국무총리가 여권의 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가운데 충청 출신인 박 의장도 대선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영·호남을 중심으로는 차기 대권주자가 나타나고 있지만 충청권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후 딱히 드러나는 대선 후보군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이 정치권을 뒤흔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박 의장의 향후 정치행보를 알아봤다. 

-與, 안희정 추락 후 방황하는 ‘충청대망론’

내년 대선을 1년 정도 앞둔 상황에 최근까지의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살펴보면 여권의 대선주자 경쟁구도는 명확하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뒤쫓는 모습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4개사가 공동 조사해 지난달 25일 공개한 2월4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대선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8%로 2위를 차지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1%)보다 17%포인트 앞섰다.

3위는 윤석열 검찰총장(7%)이 차지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유승민 전 의원(2%), 정세균 국무총리(2%), 심상정 정의당 의원(2%), 오세훈 전 서울시장(1%), 원희룡 제주지사(1%),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1%)이 뒤를 이었다. ‘없다’ 또는 ‘모름’, 무응답한 비율은 36%로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여전히 많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349명을 대상으로 시도, 1007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 30.1%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 지사와, 이 대표, 정 총리로 영·호남 후보 외에는 충청권을 대표할 인물이 부재한 모양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충청대망론’과 함께 충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야권이었던 민주당에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충청 대표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2018년 3월 미투파문으로 정치권에서 낙마한 뒤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선고를 받아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모양새다. 

하지만 여권에선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만큼 언제든지 ‘충청대망론’이 거론된다면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 여권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충청 잠룡으로는 양승조 충남지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 일각에서 새롭게 충청잠룡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물이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 前국회의장 정계은퇴 관례?... 불문율 깬 丁총리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장을 역임한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퇴임 후 정계은퇴를 하는 게 정치권의 관례로 자리잡아왔다. 그러나 정세균 총리는 불문율을 깨고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지역구인 종로 출마를 준비했다. 정 총리는 지역구 출마 이후 향후 대권도전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총리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중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 12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 총리를 지명한 것이다. 정 총리 지명은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 발탁이었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의 지명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 총리가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당시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과 경제가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이 때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적임자라 판단하며 지명을 환영한다”며 “6선 국회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하는 등 정 후보자가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정치적 역량은 국민을 하나로 묶고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국민의힘 전신) 삼권분립을 파괴한 독재 선언이라며 반발했다. 전직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 자리로 옮기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또 정 총리가 국가 의전 서열 2위로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을 지내고 의전 서열 5위인 국무총리로 가는 것이 국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러 가지 논란은 있었지만 정 총리는 청문회를 거쳐 지난해 1월14일 국무총리로 임명됐다. 문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였다. 관례를 깨고 임명된 정 총리는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힘이 실리고 있는 문 정부의 임기말 개각에서 정 총리가 차기 대선을 위해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연스레 정 총리 이후 후임이 누가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내년 대선은 지역구도 아닌 세대구도가 될 것”

정치권에선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 출범 후 영·호남 중심의 인사로 충청이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은 상황에서 정세균 총리의 후임으로 충청인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여권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탕평인사의 일환으로 정치권 일각에선 충청출신인 박병석 의장도 총리 가능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박 의장이 임기를 1년 남짓 남겨놓고 있고 문 정부의 마지막 개각이 될 수 상황에 총리와 대선 출마가 가능할 수 있을까? 

지난달 23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의장의 국무총리 임명과 대선 가능성에 대해 “물리적인 시간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박 의장의 남은 임기도 1년 남짓”이라며 “문 정부에서 정치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임기를 남겨둔 박 의장을 임명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권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 나온 기대심리가 박 의장에게 반영된 것 같다”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의장에서 총리로 직행한 정세균 총리의 행보가 만들어낸 (박 의장에 대한)기대일 뿐”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지난달 25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박 의장이 정 총리의 행보를 따라 갈 수도 있겠지만 내년 대선은 지역구도가 아닌 세대구도가 될 것”이라며 “최근 선거를 보더라도 30·40대의 표심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런 가운데 박 의장이 지역구도로만 내년 대선을 판단해 선거에 출마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관행을 깬 정 총리의 행보가 박 의장의 향후 정치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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