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카인드]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 역자 조현욱 / 출판사 인플루엔셜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인간의 본질적인 본성에 대한 논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양립해 왔다. 물론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한 학자도 있었지만 여전히 학자들은 인간 자체에 대한 본성을 흑백논리적 프레임에 가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비극보다는 희극으로 부정보다는 긍정이 주는 효과로 인간을 이해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인간의 선한 민낯을 파악하는 데 오류로 작동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인류를 해석하는 역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얼마 전 출간된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는 책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루시퍼 이펙트’, ‘방관자 효과’ 에서 다룬 인간의 본성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다. 모든 비극은 인간 본성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됐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기적 인간이라는 프레임 자체를 부수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류 역사를 톺아 희망이라는 단어로 호모사피엔스 역사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서평을 받은 책으로 인간 본성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진 현실주의적 감각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되짚어 준다.

자연 상태의 인간은 우호적인 존재인 권력자가 만들어 낸 상상으로 문명의 저주와 맞대응하면서 전쟁을 주도했다고 해석한다. 선한 본성의 오작동으로 공감의 맹목성이 발동하기도 하고 권력이 부패하는 방식으로 후천적인 반사회화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고 꼬집는다. 처음부터 놀이하는 인간은 내재적 동기부여의 힘으로 민주주의적 사고 방식을 우위에 두고 재앙을 염두에 두는 방식으로 선한 본성을 표출해 왔다고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매일같이 끔찍한 폭력과 인간의 이기심으로 얼룩진 뉴스를 접하지만 지난 2006년 델라웨어대학 재난연구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재난 시 살인이나 강도, 강간 등의 범죄율은 감소하고 물품과 서비스를 분배하는 이타주의적 태도가 증가하는 추세를 이뤘다. 저자의 분석에서도 전 세계적 재난 상태인 1, 2차 세계대전이나 타이타닉호 침몰, 911테러 상황,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속에서 타인과 약자를 돕는 행동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저자는 위기의 순간에 군중심리와 공항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선한 본성으로 압도당한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다고 단언하면서 인간 본성이 선하다는 발상 자체를 아이디어로 전환해 사회 근본적인 병폐를 바꾸는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나’ ‘이웃집 살인마’ ‘호모 이코노미쿠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밝힌 냉소적 개념이 정치· 경제적인 시스템과 지식, 세계관을 냉소적으로 이해하려는 전략구조를 양산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책에서 “나아가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할 때 우리는 스스로 권력에 통제 대상으로 전락하며,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언론 보도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책에서는  ‘인간 본성은 과연 이기적인가?’ 중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불평등과 혐오, 불신과 같은 모든 비극의 기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 방대한 사료와 함께 심리학, 진화생물학, 인류학, 철학의 분야를 넘나들며 인간의 선한 본성에 관한 무수한 증거를 발굴해 낸다”고 밝혔다.

기로에 선 인류가 갈등과 공멸의 자세로 부패 권력과 협상할지, 연대와 협력으로 호모 퍼피의 본능을 되살릴 지에 대한 선택은 독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호모퍼피는 현 인류가 타인과 협력하고 공감하도록 진화해 온 유일 종으로 모방을 통해 사회적 학습을 이룬다고 말하는 종이다. 저자는 현대사회를 이루는 핵심적인 제도의 주를 이루는 학교와 기업, 교도소 등은 이미 인간을 악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해 부정적 사회화 과정을 양산하고 인간의 선한 본성 자체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고 말한다. 협력과 연대로 이뤄 온 호모 퍼피의 문명 속에서 부패한 권력구조가 유지되고 냉소주의와 이기심이 팽배해 불평등을 낳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접한 최재천 교수는 “우리가 지금까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던 심리실험, 철학 개념, 역사적 사건과 상식 속 이기적 인간이라는 통념을 모조리 뒤엎어버린다. 휴먼카인드는 바로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진, 그리고 역사와 권력과 미디어가 감춰온 인간의 선한 민낯을 완성해 나가는 방대한 여정을 담은 희망의 연대기다”라는 서평을 남겼다.

저자는 책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친절함으로 인류를 해석하고 인간의 희망적 역사에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적대적이거나 냉소의 시선을 거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 본성의 선한 자아를 과학적으로 냉철하게 바라보게 함으로써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슬기롭게 해처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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