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종단에 있다가 최근 내장사서 수행… “신분 불안 따른 불만 가능성”

지난 5일 내장사 대웅전을 방화해 경찰에 붙잡힌 승려가 7일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전북 정읍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03.07. [뉴시스]
지난 5일 내장사 대웅전을 방화해 경찰에 붙잡힌 승려가 7일 피의자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전북 정읍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03.07.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전북 정읍시 천년 고찰 내장사(內藏寺) 대웅전에 불을 질러 잿더미로 만든 승려가 구속된 가운데, 피의자인 수행 승려 최모(54)씨가 “(사찰 관계자들에게) 서운해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사찰 내 불화를 암시했다. 내장사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축해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전북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내장사 수행승 최 씨는 방화 직후인 지난 5일 오후 6시35분께 경찰에 전화를 걸어 “대웅전에 불을 질렀다”고 직접 신고했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스님들이 서운하게 해 술을 마시고 불을 질렀다”고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사찰 내부에서 있었던 구체적 갈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타 종단에 몸담았던 최씨는 3개월여 전에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선운사의 말사인 내장사에 들어와 수행승 신분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내장사 측은 그를 정식 승려가 아닌 ‘행자(行者)’라고 전했다.

5일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2021.03.05. [뉴시스]
5일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에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2021.03.05. [뉴시스]

내장사는 최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내장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활한 대우 스님(75)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그분(피의자)과 사찰 내 스님과의 불화나 다툼은 전혀 없었다”며 “그분은 경찰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는데 그 누구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이 난 그날 오후 4시께도 그분은 다른 암자에서 온 스님과 사찰 내에서 차를 마셨다”며 “그 자리에서 그분은 ‘내장사에 오니까 모두가 잘해줘서 좋다’며 되레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하는데 왜 2시간 뒤에 그런 짓을 했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지난 5일 6시30분께 내장사 대웅전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로 전날 구속됐다. 이 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대웅전이 모두 타 약17억 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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