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 대북 전단 방치 시 최악의 국면 각오하라" [뉴시스]
김여정 "남, 대북 전단 방치 시 최악의 국면 각오하라"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6일 한미합동군사연습을 핑계 삼아 남북합의 파기를 위협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개인 담화를 내고 “남측이 한미연합훈련 시행으로 위기의 3월을 택했다”면서 “남북관계에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이 8일부터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감히 엄중한 도전장을 간도 크게 내민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연습의 성격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이며 실기동이 없이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컴퓨터 모의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광고해대면서 우리의 유연한 판단과 이해를 바라고 있는 것 같은데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합동군사연습 자체를 반대했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해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그것이 뒤골방에서 몰래 진행되든 악성 전염병 때문에 볼품없이 연습 규모가 쫄아들어 5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형식이 변이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전쟁 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연습 중단을 약속하고도 우리의 눈을 피해가며 2018년에는 110여차, 2019년에는 90여차, 2020년에는 170여차의 크고 작은 전쟁연습을 도적고양이처럼 벌려놓은데 대해서도 때가 되면 낱낱이 계산하려고 했다”며 “그럼에도 남조선 당국은 또다시 온 민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꼬집었다.

김 부부장은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불능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며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선(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남 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교류협력 기구를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 중이며 “이런 중대 조치들은 이미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며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고 경고했다.

이 담화는 북한 주민들이 매일 보는 노동신문 2면에 실렸으며 김 부부장이 언급한 대남 조치들은 향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을 남측에 경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김 부부장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첫 공식 대미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이 기회에 대양 건너에서 우리 땅에 화약내를 풍기고 싶어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 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 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 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메시지는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앞두고 나왔다. 북한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고, 북한인권 문제 등을 언급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며 자신들을 자극하지 말라는 선제적 경고 차원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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