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 원외에서 활동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수장인 상태다. 그런데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를 김무성 전 대표가 밀어주고 있다또는 김 위원장 때문에 오 후보가 단일화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원하지 않는다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두 사람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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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출 후 마포포럼 방문 당에서 반대했다
- 김무성, 오세훈 방문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김종인 강력 비판

김종인 공개 저격한 김무성 단일화 걸림돌 김종인, 사퇴하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각각 후보로 결정된 뒤 아름다운 단일화를 공언했다. 양측은 서둘러 단일화에 합의할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안철수-오세훈 담판 단일화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실무협상단이 꾸려지면서 상황은 달라졌고, 두 후보 측에서는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간의 신경전도 벌여졌다. 김종인 위원장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전 대표가 안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봤다. 김 전 대표 등은 김 위원장 흔들기를 통해 포스트 김종인체제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오세훈, 김무성 등에 섭섭함 토로해

실제 대선 출마를 하려는 안 후보를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하도록 설득한 사람은 김 전 대표다. 마포포럼 토론회에 참석한 후 안 대표는 범야권 단일화에 참여한다는 입장을 김 전 대표에게 전달했고,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 등과의 만남을 주선해준 것도 김 전 대표라는 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대표가 안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시선이 생겼다.

이와 관련, 오 후보가 지난 11일 김 전 대표가 주도하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에 직접 찾아가 친정 아니냐. 적어도 중심은 잡아주셔야 한다며 김 전 대표가 자신의 경쟁 상대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편에 서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당시 사실 여기 올 때 당에서 염려가 있었다. 다 짐작하지 않냐그럼에도 제가 결단을 내리고 왔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말씀 드리는지 다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마포포럼 올 때 당에서 염려가 있었다는 말 속에는 김 위원장 등이 마포포럼에서 지지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방문하지 말라는 오더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오 후보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후 김 전 대표는 비공개 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책상을 강하게 치며 대노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대선 승리를 도모할 수 있고, 이번 단일화가 이뤄져야 내년 대선에서도 단일화를 통한 범야권 연대가 가능해, 반문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면서 김 위원장이 이를 훼방놓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승리를 위한 큰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보궐선거판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마포포럼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김 전 대표는 안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 뒤 대선에 출마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차기 대선을 위해서도 오세훈-안철수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깎아내리는 등 단일화 작업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안 후보는 실무 협상이 무산된 직후 가장 좋은 방법은 당 스스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단일화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결례되는 표현이지만 국민의당은 1인 정당으로 사실상 사당(私黨) 아니냐고 했다.

안철수 무대 대신 김종인 상왕’ ‘상황제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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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가 김 위원장을 가리켜 상왕(上王)’이라고 한 데 대해선 목표 달성을 위해 이간질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자신의 아내를 가리켜 상황제라고 한 데 대해 그 사람은 내가 보기에 정신이 이상하다고까지 했다. 두 사람의 감정싸움이 단일화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너무 무시한다며 안철수 말려 죽이기 작전에 돌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래서일까. 김 전 대표 등은 작심하고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김 전 대표 등은 18일 야권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데 대해 단일화 걸림돌이 되어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는 시대적 소명이다. 우리는 단일화가 무산된 데 심각한 분노를 느낀다“19일 이후의 단일화 협상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야권 구성원들은 후보 단일화에 방해되는 어떤 상호비방과 인신공격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무성 전 의원은 당장 만나서 두 후보가 결단을 내야 한다. 이걸로 다시 실무 협상을 한다는 건 또 다른 방해꾼이 등장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이라 확신한다당장 두 후보가 만나 합의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해야 하고, 실패하면 결국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 사퇴요구가 나온 데 대해 이번 단일화 처음부터 김 위원장의 언행이 단일화를 방해한다야권 후보를 존중해야지 자기 당 후보가 아니더라도 정신 이상한 것 같다이렇게 후보를 비난하면 안 된다. 계속 방해할 것 같으면 그만두는 게 낫다는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장애물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지금 (후보 단일화) 합의가 안 되고 있는 건, 뒤에 김종인 위원장의 소위 심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엔 본인 임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까지만이라는 명분이 있었다면서 근데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면 본인은 지금까지 1년간 한 게 없게 된다. 본선이 어떻게 되더라도 기호 2번 후보를 출마시켜야겠다는 자기 욕심 때문에 단일화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꺼내들었던 ‘3자구도 필승론카드가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3자구도 필승론은 야권 단일화를 하지 않고 여당 후보와 대결해도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 카드가 당내 반발을 유발시켰고, 단일화 협상과정에서도 유리한 룰로 정해지지 않는다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재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결과도 이 자신감에 힘을 실었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박영선 후보, 오 후보, 안 후보 ‘3자 대결에서 오 후보는 35.6%를 기록해 박 후보(33.3%)에 오차범위 내인 2.3%p 차이로 앞섰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25.1%를 기록했다.

김종인 3자구도 고수? 선거 후 추대론 의식했나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3자 구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안 후보와 실무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 간 입장이 다르다며 진정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왜 자꾸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는가. 이 와중에 진실게임을 하잔 건가. 3자 구도를 염두에 두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구나 김 위원장 본인의 정치적 생명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 뒤 승리하면 김 위원장은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오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거나 3자 구도에서 승리한다면 김 위원장의 역할은 더 커질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보궐선거 결과다. 김 위원장 본인의 입으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결과가 좋으면 당 내부에서 자연스레 체제 연장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비상 상황이 끝났으니 비대위를 해체하고 김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추대론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선거 결과가 좋으면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상수(上手)”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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