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가 물량 독식 미스터리… ‘상따팀’ 전문 투기세력 의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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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 18일 코스피에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따상(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되고 상한가로 진입)’ 물량 75%를 사들이며 싹쓸이했던 이른바 ‘교보증권 광클맨’이 화제다. 이 투자자는 다음 날 대부분 되팔면서 72억 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교보증권 광클맨은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 상장 당시에도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매수 주문을 거의 독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상장 때마다 나타나 물량을 싹쓸이하는 교보증권 광클맨에 대해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슈퍼 개미 또는 투기집단세력으로 보고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되팔기로 72억 차익… 교보증권 물량 70% 독식

- 카카오게임즈 때도 등장, 38만6000주 사들여… 첫날 거래 금액만 231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 첫 상장 날, 거래원별 매수 상위 1위 창구는 교보증권이 차지했다. 당일 교보증권 광클맨의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거래량은 52만9814주(매수 금액 894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전체 거래량의 70%에 가까운 물량이다. 교보증권 다음으로 매수 상위 2위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로 3만1000여 주를 사들였으나, 1위와의 격차가 무려 17배가 넘었다.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는 16만9000원까지 올라 따상을 기록하면서 코스피 상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개장 직후 쏟아진 물량
‘교보증권 광클맨’ 72억 이익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다음 날 전일보다 1.41% 하락한 16만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10% 이상이 올랐지만 교보증권 등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졌고 이후 상승 폭은 점점 축소됐다. 결국 장 막판에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개장 직후부터 교보증권 창구에서는 막대한 물량이 쏟아져 나왔고 10여 분 만에 48만여 주의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매도 주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전 9시30분 무렵에는 총 54만 여주의 순매도가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53만주를 사들인 누군가가 팔아치운 셈이다. 만약 실제 교보증권 광클맨의 매물이라면 해당 투자자가 매수한 53만 여주가 모두 상한가인 16만9000원에 체결됐다고 해도 벌어들인 돈은 최소 72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교보증권을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물량을 싹쓸이한 투자 주체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교보증권 측 역시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으로 담당 부서에서도 구체적으로 누가 주문을 넣었는지 볼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가장 빨리 대량 주문을 넣은 투자자는 모두 세 번 연속 교보증권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 상장 첫날, ‘슈퍼 개미’로 불리는 특정 투자자가 이날 하루 거래된 50만 주 중 80% 가까이를 교보증권 창구를 통해 사들였다. 해당 슈퍼 개미는 총 38만6000주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따팀’ 전문투자세력 의혹
“정체 확인 어려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난 배경을 두고 이른바 ‘상따(상한가 따라잡기)팀’이라는 전문 투자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카카오게임즈의 첫날 거래금액이 894억 원, 231억 원에 달하면서 이같이 막대한 금액을 개인투자자가 주문할 리 없다는 것이다. 특히 상한가 따라잡기는 상한가에 도달한 종목이 다음 날에도 주가 상승세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는 경우가 많은 점에 착안한 것으로, 상한가 종목을 최대한 많이 확보 후 다음 날 10~20% 선까지 수익을 남기고 되파는 수법을 뜻한다. 다만 상따 종목이 상승하지 못하고 하락하게 된다면 큰 손해를 입기에 위험한 투자로도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만 무성할 뿐 교보증권 광클맨의 정체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증권 관계자는 “투자 주체가 개인인지, 기관 혹은 세력인지 알 수 없고, 또 시세 차익을 얼마나 남겼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종목인 데다 매번 교보증권을 통해서만 같은 일이 벌어지다 보니 추측성 루머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대어급 IPO 종목이나 각종 테마주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종목에는 항상 돈이 몰리고 기업가치 이상의 주가 상승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쏠림 현상이 지나고 나면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고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으니 항상 기업가치에 바탕을 두고 매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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