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삼촌[박찬구 회장]의 손을 들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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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상대로 조카인 박철완 상무가 제기한 ‘조카의 난’ 승부가 지난 26일 ‘삼촌’의 승리로 끝났다. 이로써 당초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혔던 박 상무의 사내입사 입성은 실패로 돌아갔고, 박 상무의 배당안도 성공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재계는 향후 박 회장이 흔들림 없는 경영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나섰다.

- 박 상무, 사내이사 입성 실패...주요 안건 ‘배당’도 박 회장 승리
- 박 회장 “올해 경영 방침 ‘N.EX.T MOVE’...대규모 투자” 예고



삼촌과 조카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의 여신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손을 들었다. 금호석유화학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이미 오랜시간 이어져 온 만큼 재계의 핫이슈로 손꼽혀 왔다. 이 같은 분쟁이 지난 26일 열린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단락 된 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6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제4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이사회 개선, 이사 선임 등에 대해 표결을 진행했다. 이날 주총에는 대리인 위임을 포함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80.2%(2056명)가 참석했다. 이날 주총이 열리기 앞서 재계의 관심은 박 상무의 사내 입성에 집중됐다. 이와 함께 배당에 대한 부분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히며 기대감을 모아왔다.

사내이사, 백종훈 전무
박 회장 측 안건 통과


결과적으로 박 상무는 사내이사 진입에 실패했다. 금호석유화학 이사회가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전무가 64%의 찬성표를 받은 반면 박 상무는 52.7%를 득표해 백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 투표에 앞서 양측은 다득표한 후보가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것으로 사전 합의한 바 있다.
배당 안건 역시 박 회장 측이 더 높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박 회장 측은 보통주 주당 42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의 중장기 안정성을 강조하는 배당안을 내세웠다. 반면 박 상무 측은 보통주 주당 1만1000원, 우선주 주당 1만1050원의 배당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박 회장의 이익 배당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수 1995만58855주 중 찬성률 64.4%를 기록했고, 박 상무의 이익 배당 안건은 35.6%의 찬성률을 나타냈다.

박 회장 측이 제안한 사외이사 안건이 모두 가결되면서,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 고문 변호사와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이사진으로 합류하게 됐다.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안이 포함된 정관 일부 변경 안건도 박 회장 측 안건이 통과됐다. 또한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ESG위원회와 이해상충 감시를 위한 내부거래위원회, 이사 보수 결정의 투명성을 위한 보상위원회가 각각 설치된다.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승리를 예견하는 분위기가 종종 감지돼 왔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배당을 포함한 안건 전부에 대해 박 회장 측에 찬성표 행사를 권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박 상무의 주주제안 중에선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이뤄온 경영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달리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 세계 2위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등이 박철완 상무의 제안을 지지해 왔다. 게다가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박 상무가 10%, 박찬구 회장과 자녀 지분은 14.84%로 격차가 크지 않아 변수에 대한 기대감도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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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신사업 육성
대규모 투자 적극 추진“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박찬구 회장은 2025년 매출 9조 원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사업에 집중하고 차세대 신사업 육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열린 주총 영업보고서 메시지를 통해 올해 회사 경영 방침을 ‘N.EX.T MOVE’로 정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는 ‘혁신’(New), ‘경험’(EXperience), ‘모두와 함께’(Together)를 함축한 의미”라며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서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전환에 뒤쳐지지 않도록 전략과 조직, 프로세스를 구축하겠다”며 “또한 탄소 순환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혁신 기술을 도입하고 그에 따른 전략 방향을 수립하겠다”고 밝히며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8095억 원, 영업이익은 7421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3.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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