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저자 박완서 / 출판사 세계사
시대의 거울역할 자초한 진실의 목소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죽을 때까지 펜을 놓지 않는 현역 작가로 남기를 바랬던 대작가 박완서는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매질하듯 쓰며, 조그만 진실로 허튼소리 안 하고, 잡문 하나를 쓰더다도 진실의 목소리를 높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는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격동의 70년대 사회 아픔을 공감하며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자초하면서 자신의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했다. ‘지잘란’ 문체를 지양하고 사회 구성원과 호흡하는 ‘정스런’ 문체로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관찰해 그 이면에 숨겨진 뼈아픈 진실을 서사적 리듬과 풍부한 입체적 시각으로 표현해 냈다.

1931년 경기도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홀어머니와 오빠와 상경해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학과 를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불혹이라는 행여 늦은 감 있는 나이 1970년대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작 ‘나목’으로 데뷔해 40년간 80여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한 동화와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그는 살아생전 한국문화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을 비롯해 중앙문화대상, 현대 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2006년에는 서울대 명예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간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그의 10주기 추모작으로 생전에 남긴 660여 편 중 베스트 35편을 엄선 수록한 책이다.  

추려진 에세이는 우리의 삶과 근접한 소재로 유쾌한 오해와 밀접한 교감으로 이뤄낸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선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6장으로 구성된 주제속 이야기는 때론 신랄한 비판인듯 싶지만 따뜻한 본질로 독자의 가슴을 토닥인다. 설사 시사적인 어려운 이야기라도 일상적인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구성해 긴 여운을 자아냈다. 

에세이 집에서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장의 ‘행복하게 사는 법’ 에서 작가는 일상의 사소함을 나누고 잠시의 목마름을 채워 줄 무언가를 찾는 것이 각자의 인생에서 행복에 닿은 접점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행로’를 다룬 장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에서는 모녀간의 소소한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작가는 “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모녀끼리의 눈치로, 한 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홑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려고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런 신비한 소망을 닮음, 소망의 냄새 맡기로 애들이 그렇게 자라주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험하고 굴곡진 인생을 겪어 온 대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유연한 사고방식 속에 무르지 않는 단단함을 내포한 위로의 메시지 형식으로 이뤄졌다. 작가의 시대적 경험과 사고 방식은 지금의 삶과 전혀 다름을 내포하지만, 글 속에서 묘한 공감력이  감동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일상의 아름다움을 진실된 마음으로 무심한 듯 집요하게 건드려 터뜨렸기 때문이다.

박완서의 대표적 저서로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남자네 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모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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