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등기 임원 ‘ESG위원장’으로 복귀… “ESG 의미 퇴색” 비판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사내 ESG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삼양식품은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최근 이사회를 재정비하고 지속가능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범죄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복귀한 인물이 ESG 위원장을 맡는 것은 ESG 경영의 의미를 퇴색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사업 복귀 어불성설… ESG경영 강화 선언, 주주에 대한 우롱” 비판

- 횡령 전력 부부(전인장 前회장-김정수 사장), 복귀 후 지난해 보수 ‘185억’

김정수 총괄사장이 우여곡절 끝에 이사회에 복귀했다. 비등기임원인 총괄사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등기임원으로 지위도 회복했다. 지난달 26일 삼양식품은 본사에서 진행한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삼양식품은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김 사장은 대표이사직은 맡지 않고 ESG 위원장만 맡아 회사 투명경영과 함께 ESG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횡령 등의 범죄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인물이 ESG 위원장을 맡은 것은 모순이라며 ESG 경영의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주주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김정수 사장이 복귀하더라도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죄 판결을 받은 지 고작 1년이 지난 김 사장이 일선에 복귀해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선언한 것은 주주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 횡령 사건 후 퇴직
  법무부, 재취업 승인

앞서 전인장 삼양식품 전(前) 회장과 아내인 김 사장은 계열사로부터 납품 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 받은 것처럼 속여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전 전 회장은 징역 3년을 김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렸다. 유죄가 확정된 김 사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지난해 3월 삼양식품에서 퇴직했다. 특경법 14조는 징역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5년, 집행유예형은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김 사장의 경영 공백으로 회사가 어렵다며 김 사장의 취업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승인을 하면서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퇴직 후 7개월 만에 비등기임원인 총괄사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오너리스크로 인한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김 사장을 경영에 복귀시킨 것은 삼양식품의 최대 히트작인 ‘불닭볶음면’을 만든 공로가 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은 ‘불닭’시리즈 개발로 삼양식품을 ‘제2전성기’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는 김 사장의 부재로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한 달 전부터 김 사장의 등기이사 복귀 시도에 대한 반기를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양식품 소액주주인 A씨는 사측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청구를 요청했지만 사측이 이를 거절했고, 이에 A씨가 주주명부 알람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법원에서 A씨가 제기한 ‘주주명부 알람 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주주명부 알람 등사는 주주가 회사 측에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는 행위로 주주는 이를 통해 회사 지분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A씨를 포함한 주주들은 ▲철저한 준법 감시체계 구축 ▲경영진의 불법행위 재발 방지 등을 주장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에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 등사 청구 및 대표 소송 제기를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 총 185여억 지급 논란에
  사측 “퇴직금 포함 금액”

이와 함께 김 사장과 전 전 회장은 회사에 피해를 입히고도 거액의 수당을 챙긴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은 전 전 회장에게 141억7500만 원을 지급했고 김 사장에게 44억6632만 원을 지급했다. 전 전 회장이 받은 보수 내역을 살펴보면 급여 23억5800만 원 퇴직금 118억 원이며, 김 사장은 급여 3억4000만 원, 퇴직소득 40억 원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이들 부부가 받은 보수금액만 185억5200만 원가량에 이르렀다. 문제는 전 전 회장은 사실상 2019년 초 퇴직을 했지만 그 이후에도 근로소득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삼양식품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산정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은 전 전 회장은 1심 판결 이후 2019년 1월부터 구속 수감됐음에도 지난해 근로소득이 잡혀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에 사측은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이사 보수 한도 내에서 이사회결의에 따라 지급됐다”며 “주주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표면상 근로소득이지 전 전 회장과 김 사장이 받은 보수는 사실상 퇴직금이 포함된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봉 개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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