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MB인사 33명 감사에 안착

지난 1년 동안 공기업 내부를 감사해야할 감사에도 33명의 낙하산 인사가 단행됐다. 특히 일부 공기업들의 경우 기관장과 감사가 모두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가장 손쉽게 임명되는 곳이 바로 공기업 감사자리”라고 말해 이미 전리품으로 전락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월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공기업의 내부 감사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정 의원은 “유명무실한 내부감사제도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법안에는 현행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내부 감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국무총리 소속 ‘공익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공기업의 감사 업무를 전담케 하는 법안이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행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내부감사제도 보다는 외부에서 감사를 전담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권획득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감사자리에는 친MB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현재 공기업들 중 감사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90여개가 있다. 이들 가운데 33곳의 감사가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있다.

감사라는 자리는 기관장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비밀리에 낙하산 인사를 감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표 참조>

인천국제공항공사 박종기 상임감사는 5, 6공 당시 청와대 경호실 간부로 퇴직한 경호 전문가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선캠프에 합류한 것이 인연이 돼서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권창출에 공로한 점을 인정받아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임감사에 전격적으로 임명된다.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 말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김현일 감사 역시 대선캠프 언론특보,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한국 수자원공사 안병구 감사는 대선캠프 경남 밀양 선대위원장 출신이다. 한국토지공사 김용한 감사는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이고 국민연금공단 김경원 감사는 대선캠프 경북 특보를 역임한 전력을 갖고 있는 인사다.

특히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일부 공기업들에서는 기관장과 내부 감사를 책임져야할 감사위원이 모두 친MB 인물로 채워져 공기업 투명성이 얼마나 확보될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경우 대선캠프 방송특보단장 출신인 양휘부 사장이 임명된 데 이어 감사에도 언론특보를 지낸 김현일 감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의 경우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 출신 이종상 사장과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김용한 감사가 함께 임명됐다.

MB 지지조직 출신들 감사위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조영래(선진국민연대 상임대표), 한국수출보험공사 구연관(21세기 경제사회연구원장), 한국산업안전공단 고성범(나라정책연구원 정책실장), 한국전기안전공사 표호길(선진국민연대 정치개혁위원장) 감사 등이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탈락한 인사들에는 국민연금공단 김경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송승호, 한국가스공사 정광윤 감사위원 등이다.

이밖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장섭 감사위원은 지난 2002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시 제1회 하이 서울 기획위원장을 역임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만재 감사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친분이 있는 인사로 서울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출신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창출되면 정부산하 공기업들 임원 자리는 약 3,000개가 생겨난다. 정권창출에 일조한 인사들은 각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을 대기 시작한다. 특히 감사자리는 특별한 경력 없이도 꿰찰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역대 정권 출범때마다 더 좋은 감사로 가기 위해 권력 실세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도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실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이력서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가기 위한 인사들의 이력서였다고 한다. 이는 어느 정권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역대정부 시절 정권과 관계된 인사들이 아직 감사로 자리 잡고 있는 곳도 상당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립병원과 일부 공기업에는 참여정부와 DJ정권 인맥들이 아직 감사로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도 MB정부가 들어서면서 상당한 사퇴압력을 받고 있어 또 다시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질 개연성을 남겨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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