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713일 만에 화해…"국내외 쟁송 모두 취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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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ㆍ前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이 2년간 맞붙었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지난 11일 극적으로 화해했다. 이로써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는 마무리 되게 됐다.

LG엔솔과 SK이노는 이날 공동합의문을 통해 `국내외 쟁송 취하 및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으며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 발전 위해 대승적 결단"…SK, 글로벌 배터리 투자 본격화
 `대승적 합의`, “동반자 협력관계 구축…바이든 정부 적극 중재”


김종현 LG엔솔 사장과 김준 SK이노 사장은 이날 "한국과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한 배터리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 “10년간 소송 하지 않기로” 

이번 합의는 ‘SK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현지시각 11일) 직전에 나온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LG엔솔과 SK이노는 미국 델라웨어법원 등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두 회사 간에 진행 중인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에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 육성을 공언해 온 바이든 정부로선 자국 내에서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동시에 SK의 조지아 공장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해야 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 폴크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기감도 커졌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SK이노 측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 주지사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 보낸 서한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26억 달러(약 2조9100억 원) 규모의 조지아주 투자를 성사시키거나 무산시킬 또 다른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2600명 조지아 주민의 일자리가 ITC 판결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양사의 합의문 발표 후 SK이노는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준 조지아주 주민들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 주 정부 관계자, 조지아 주상·하원,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 밝아진 K-배터리 미래

배터리 소송전이 극적으로 화해하면서 양측은 전사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합의 전에 `미국 사업` 철수까지 언급했던 SK이노는 불확실성을 걷어낸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당장 내년 1분기 양산을 앞둔 9.8GWh(기가 와트시) 규모의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 여기에 지난해 착공한 11.7GWh 규모의 제2공장 역시 애초 예정대로 2023년 양산을 준비한다.

이 두 곳 공장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양산 규모는 총 21.5GWh에 달하게 된다.

유럽 시장 진출도 발 빠르게 이어질 전망이다.

SK이노는 지난 1월 유럽 현지법인인 SKBH(SK Battery Hungary)에 11억4800만 달러(약 1조 2700억 원)를 출자해 세 번째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다. 신규 공장은 연산 30GWh 규모로 헝가리 이반차(Ivancsa)에 들어설 예정이다.

올해부터 헝가리 `코마롬`에 첫 번째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한편, 9GWh 규모의 두 번째 공장은 건설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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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는 입장문을 통해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라며 "조지아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투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엔솔도 미국과 유럽 투자를 늘리는 등 공격 투자에 나설 뜻을 밝혔다. 

LG엔솔은 입장문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폴크스바겐과 포드를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이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과감하고 선제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LG엔솔이 2019년 4월 SK이노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대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인 첫 대형 소송전일 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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