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민주당은 당헌·당규상 대선 6개월전까지 대선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오는 9월이다. 현재로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설 인사로는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3파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지사를 제외한 두 인사가 주류인 친문이 지지한다고 해도 호남 출신에 국민 지지율이 미약하다는 점이 한계다. 결국 유시민.김경수.조국급의 친문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될 공산이 높다.

산 하나를 넘었다고 이 지사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내 상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친문 윤호중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고 다음달 치러질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친문 홍영표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공산이 높다. 당내 친문 강성 당원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이재명은 안된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을 봐도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라는 첫 번째 산을 넘는다고 해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두 개나 더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비주류 였던 노무현 후보가 그랬다. 광주경선을 통해 돌풍을 일으키며 대세였던 이인제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경선은 축제의 장이었지만 진짜 위기는 그 후에 왔다. 당내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경쟁력이 안되자 2002년 월드컵 열풍으로 대선주자로 뜬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압박이 당내에서 나왔다. 

급기야 당내 상당수가 후단협까지 만들어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압박하면서 노무현 후보를 흔들었다. 결국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 재차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가 돼야만 했다. 그마저 대선 하루전날 정몽준 후보가 지지철회를 하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노 후보는 2.3%p 박빙의 차로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재명 지사가 넘어야 할 두 번째 산이다. 이 지사 역시 노무현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내 비주류다. 주류 세력은 이 지사가 자당 소속 대통령 후보가 된다 해도 친문 후보를 당밖에서 찾아내 단일화를 강요할 공산이 높다. 물론 그 전제는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 막강한 후보가 있어야 한다. 현재로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회창 후보 역할을 할 공산이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친문 후보와 단일화 산을 넘었다고 해도 마지막이 남아 있다. 임기말이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야 한다. 2012년 대선을 복기하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는 한 지붕아래 있었지만 적보다 더 치열하게 싸웠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이 최고조였고 이후 선거가 있을 때마다 ‘친박 살생부’, ‘친이 살생부’가 터지면서 한지붕 두 가족이 됐다. 특히 대선을 코 앞에 두고 터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 진영이 자당 소속인 박근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소문은 여전히 정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MB와 측근들은 임기종료후 당할 고초를 생각하면 ‘차라리 독한 박근혜 후보보다 착한 문재인 후보가 낫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재명 지사가 넘어야 할 세 번째 산이다. 97년 대선에서 임기말 YS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이회창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서 DJ가 승리할  여지를 제공했다. 주류였던 DJ 또한 대세였던 이인제 후보를 적극 지지 하지 않았다. 임기말 대통령은 대통령을 만들 수는 없지만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의 각을 세운다면 문 대통령 역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백신공급에 차질을 빚자 경기도 단독으로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이 지사의 발상이 위험한 이유다. 이 지사가 현 정부의 아픈 곳만 찾아서 건든다면 ‘착한’ 대통령이라도 ‘독’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선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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