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 움직임…재계, 종교계 넘어 국민청원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글로벌 ‘반도체 전쟁’으로 산업계가 어수선한 분위기인 가운데 이슈는 ‘이재용 사면론’으로 확산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19 등으로 산업계가 타격을 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석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는 움직임은 경제단체를 넘어 대한불교조계종 등 종교계와 기타 단체 등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관련 건의가 줄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사면이 곧 재벌 총수를 향한 특혜 논란으로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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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삼성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 (중략)이 부회장이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 달라.”
대한불교 조계종의 25개 교구 본사와 군종교구의 주지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지난 20일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주지협)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12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을 대표하는 사찰 주지들이 재벌 기업인의 선처를 호소하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이례적인 듯하다.

경제5단체, 사면 건의 한 뜻

종교계의 선처 호소만큼이나 기타 단체와 법조계 곳곳에서의 이 부회장 사면에 힘을 싣는 목소리는 더욱 높다. 특히 주요 경제 단체도 최근 정부에 정식 건의하기로 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모아지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22일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이달 중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총이 대표로 사면 건의서를 작성했고, 나머지 단체들이 해당 내용을 회람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의서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손경식 경총 회장이 앞서 열린 부총리와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면서 예견돼 왔다. 당시 경재계에 따르면 다른 단체장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특별사면에 분분한 의견

곳곳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 요구가 빗발치는 데는 다음달 열릴 한미정상회담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연계하는 ‘백신 스와프’가 정·재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는 데다가,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각종 단체를 비롯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도 적잖은 상황이다. 대한노인회는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한 상황이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지어 오르고 있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특별사면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면 이 부회장의 사면 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나아가 사면이 이뤄질 경우 재벌 총수들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위기에 국면한 상황이지만 그에 대한 해결이 이 부회장의 사면으로 이어진다면, 법 앞의 평등의 예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검토한 바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일 국회 정치·외교·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및 바이오 부정회계’ 의혹으로 추가 기소돼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정식 재판을 받았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묻자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불법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으로, 이날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사업상 필요로 한 합병이었고 합법적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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