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배우 윤여정이 102년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업적을 세웠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을 연기한 윤여정이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9시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이하 오스카)’에서 여우조연상을 획득했다.

102년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상을 받는 것은 최초이며, 영어 대사가 아닌 연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됐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자로 나선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호명하자 기쁨 속에 무대에 올라 “브래드 피트,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던 거예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라고 ‘미나리’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에 대한 반가움을 드러냈다.

이어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나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다”고 재치 있게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지구 반대편에 살아서 오스카 시상식은 TV로 보는 이벤트, TV 프로그램 같았는데 제가 직접 왔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을 표했다.

윤여정은 ‘미나리’ 가족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오늘 밤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정이삭이 우리의 캡틴이었고 저의 감독이었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고 정이삭 감독에게 진심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윤여정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 등 다섯 배우에게도 영광을 표하며 “저는 경쟁을 싫어한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느냐?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당신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 미국식 환대인가요? 한국 배우에 대한 손님맞이가 친절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건넸다.

특히 윤여정은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날 일하게 만든 아이들.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라고 유머러스한 소감으로 좌중에 웃음을 선사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1971년 스크린 데뷔작 ‘화녀’의 고(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하며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다.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거다. 정말 진심으로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오스카 수상을 포함해 영국 아카데미(BAFTA), 미국 배우 조합상(SAG), 미국 독립영화상 등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총 42관왕을 달성한 윤여정은 그동안 유머러스하고 권위를 벗어난, 재치 있는 소감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터. 오스카 수상 직후 밝힌 소감 역시 윤여정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는 소감으로 감동을 안겼다.

영화 ‘미나리’는 재미교포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실화를 담은 영화로, 미국 아칸소로 이민 온 한국 가족이 겪는 인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앤(노엘 케이트 조), 데이빗(앨런 김) 가족과 함께 살게 된 데이빗의 외할머니 순자 역을 맡았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를 시작한 윤여정은 1971년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섭렵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 드라마는 물론,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여배우들’ 등 파격적인 변신이 돋보이는 영화와 ‘산나물 처녀’,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독립 영화에도 아낌없이 출연하며 명불허전 연기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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