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5주년을 맞은 민족사관고등학교가 폐교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는 자사고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으며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에 폐교 소식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가 폐교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2025년 3월 부터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강제 전환하기로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기숙형 학교인 민족사관고등학교는 다른 자사고들과 달리 강원도 횡성에 위치해 있습니다. 수도권이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4년 뒤 일반고로 전환되면 강원도 내에 있는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는 최명재 전 파스퇴르유업 회장이 우유 공장에서 번 1000억원을 학교 건립·운영에 투자해 만들었습니다. 초창기엔 박사급 교원을 채용했고 학비도 전액 무료였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처럼 자사고로 운영되는 학교와 외고·국제고는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등록금으로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자율적인 운영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자사고·외고 등을 없애고 혁신학교를 늘리고 있습니다. 경쟁 대신 자율과 인권을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를 위해 기존 자사고와 외고를 모두 없애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자사고 선호도가 높은 게 사실인 만큼 정부에서는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대로 혁신학교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혁신학교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혁신학교 수는 1164개였습니다. 올해는 총 2165개로 혁신학교 수가 2배 가까이로 늘었고, 지난해 지원액은 600억 원을 넘었습니다. 지난 4년간 지원액은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일반 초·중·고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연간 평균 3000만 원 정도 예산을 추가로 지원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 예산 지원이 없는 자사고는 인기를 끌고, 예산 지원을 해야하는 혁신학교는 인기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2021. 4. 28 일요서울TV 오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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