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오늘(4월 30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한지 100일이 되었다. 아직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했고, 공식적인 수사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을 자초하면서까지 밀어붙였던 그 기개는 어디로 사라지고 지금은 정부여당의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한 상태다.

초대 공수처장에 임명된 김진욱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필하기 위해서 갖은 구설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형국이다. ‘별장 성접대 의혹사건’의 피의자인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긴급출금조치 사건’의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면담한 것도 모자라, 그 면담을 위해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하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경찰청은 ‘이성윤 관용차 특혜조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수사에 수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수사공화국이 되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고위공직자범죄피신처(공피처) 혹은 고위공직자범죄은닉처(공은처)로 조롱받는 신세가 되었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공수처 관련으로 많은 논란이 됐던 JTBC의 드라마 ‘언더커버’가 지난 주말 선을 보였다. 청와대로부터 초대 공수처장 취임을 요청받은 김현주(최연수 변호사 역할)는 청와대의 뜻을 전달하러온 이승준(강충모 민정수석 역할)에게 “그 부담스런 자리를 누가 맡나 궁금했었어? 그 때 오래 걸렸잖아? 공수처 설립!” 이라고 말한다. 이에 이승준은 “진짜는 지금부터지!” -중략- “파격적이지만 제대로 하겠다는 거지, 공수처!” 라며, 김현주에게 결단을 재촉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꿈꾸었던 공수처,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자 했던 공수처장을 아마도 JTBC에서 정확하게 짚은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공수처와 그러한 공수처장은 우리 국민들도 기대했던 공수처고 공수처장이었을 것이다. 드라마보다 못한 현실을 보니 ‘우리가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는지 자괴감도 든다.’ 아무튼 지금이라도 김진욱의 공수처가 ‘언더커버’를 벤치마킹하여 공수처의 앞날을 잘 설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관용차 특혜조사’의 당사자이며,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긴급출금조치 사건’의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3월 대통령선거 출마를 위해 검찰총장직을 내던진 윤석열의 후임 검찰총장으로 여권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29일 열린 검찰총장추천위원회 회의 결과 4명의 후보군에 들지 못하고 보기 좋게 낙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후배로 대통령의 신임이 깊고, 정권 출범과 함께 사정기관의 요직을 두루 섭렵한 그였기에 그의 낙마는 의외였다. 단순히 그가 소집을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때문에 검찰총장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일방적인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청와대의 국정기조 변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 27~29일 만18세 이상 전국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갤럽의 대통령 국정지지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문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29%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를 경신한 수치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도 무너질 수 있음을 얼마 전 청와대로 들어간 꾀돌이 수석이 보고했을 것이다. 이성윤을 검찰총장으로 앉히는 것이 콘크리트 지지층 붕괴를 가속시킬 것임을 대통령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이나 남았다.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우리국민을 위해서도 좋다. 청와대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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