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강아지
요전날, 여자친구의 언니가 “꺄- 귀여워―♡”라고 하면서 웬 비닐봉투를 뒤쫓아 갔다.
하얀 강아지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전화번호부
코피를 흘리는 한 초등학생이 전화박스 안에서 “살인 청부업자…살인 청부업자…”라고 중얼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전화번호부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가난
이제는 다 지나간 어릴 적 이야기지만 난 모자 가정에서 자라나 가난했기 때문에, 남들이 다 하나씩갖고 있던 패미컴 오락기 따위는 살 수 없었다.

-정말로 부러웠다,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반의 급식비가 없어졌을 때는, 「가난한 녀석이 제일 용의자 아니겠어?」라는 식으로 제일 처음 의심받기도 했었고, 「가난한 집에 태어날 바에야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하며 심한 욕을 했을 때의 어머니의 슬픈 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난 그 오락기가 너무나도 갖고 싶어서, 중학교 때 신문 배달로 돈을 모았다. 드디어 이제 나도 오락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게임 판매장 앞까지 갔다가 그만두었다. 그 대신 초등학교 3학년 여동생에게 아식스 점퍼를 사주었다. 지금까지 낡은 내 옷을 물려받아 입고 있었으니까.

어머니에게는 핸드크림을 사드렸다. 언제나 손이 거칠었으니까. 작년에 난 결혼했지만 결혼식 전날, 어머니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이미 녹슨 그 핸드크림 통을 꺼내보여주셨다.

울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했다. 「낳아 주셔서 고마워요」라고….

음… 뭐…급식비 훔친 것은 나 맞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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