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에서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의 유력 가해자로 고인의 친구 A씨를 지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합리적 의심’이란 주장과 ‘마녀사냥식 선택적 공감’이란 주장으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22)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50분경 수상택시승강장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네티즌의 마녀사냥으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왔던 아픔을 기억한 시민들은 처음 사건 소식을 접할 때만 하더라도 일명 ‘중립기어(뉴스의 정보가 확실하게 판명되기 전까지 섣불리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행동을 말하는 신조어) 박는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수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섣불리 한 쪽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 말자는 ‘암묵적인 룰(규칙)’이 깨진 것은 당일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A씨의 수상한 행적 때문이었습니다.
 
고인의 연락이 끊긴 지난달 25일 오전 1시 30분경 이후에도 함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경찰에 오전 4시 30분쯤 잠에서 깬 뒤 실수로 손정민 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한 채 귀가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휴대전화는 실종 당일 오전 6시 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꺼진 것으로 확인됐고, A씨는 잠에서 깬 뒤에도 주변에 고인의 행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신었던 신발도 “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29일 경찰 수사에서는 선임한 변호사와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네티즌들은 A씨의 사건 당일 행동에서 A씨가 친구를 깨우지 않고 먼저 귀가한 점, 고인의 실종 소식에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점, 귀가 이후 부모님을 대동해 현장을 재방문한 점,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점 등을 추가로 지적했습니다.
 
또한 A씨는 고인의 발인 전 빈소에도 찾아오지 않고 아버지가 “도의적으로 조문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제서야 조문을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까지 A씨는 여론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일 변호인을 통해 “연락을 위해 어머니 명의로 임시 휴대전화를 개통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인의 부친이 제기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고인이 발견될 날로부터 고인의 아버지는 블로그에 글을 써서 사건을 공론화시켰고, 경찰의 미흡한 초동 수사를 비판하며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함과 동시에 고인의 아버지는 ‘민간수사팀’을 꾸려 A씨의 잃어버린 휴대폰 등 증거를 찾는 중에 있습니다.
 
또한 경찰은 목격자 7명과 현장 CCTV, 블랙박스 133대 분석, 발견한 휴대폰 분석 과정과 함께 A씨가 탑승한 택시, 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해 동선을 파악 중인데요. 하지만 현재까지 뾰족한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인을 범인으로 확정해두고 증거를 찾아가는 네티즌들의 몰아가기”, “부모님, 개인 신상까지 털렸는데 수사 결과 범인이 아니면 그동안 전 국민으로부터 당한 피해는 어떻게 할 거냐”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처음엔 중립으로 바라봤는데, 사망자 발견 이후 이상한 행적이 계속되니 의심하는 것 아니냐”, “의심받을 일을 한 건 맞다”, “친구가 수사를 협조하면 다 해결될 일”이라는 반박의견도 오가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지난 4일 채널A 프로그램에서 “이미 의심 가는 상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누가 더 강한 비난을 쏟느냐, 누가 더 강하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댓글에서 추천을 많이 받거나 하는 상황이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찰 수사가 나올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이 아니고 당사자들이 훨씬 고통스러워 할 수 있으니 관심을 잠시 꺼두고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이미 사건이 공론화된 만큼, 재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수사의 주체'가 되기보다 '수사기관의 감시자'의 역할로 되돌아갈 때입니다.
 
2021.05.07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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