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184명 보유한 20곳이 전체 42% 차지 "전관 영입은 곧 수주"

경실련이 확보해 분석한 '건설기술용역 수주 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제공 : 경실련]
경실련이 확보해 분석한 '건설기술용역 수주 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제공 : 경실련]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관예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다. 두 기관은 자사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용역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확보한 '건설기술용역 수주 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자료를 토태로 두 기관의 2019년부터 2020년 건설기술용역 입찰 및 낙찰 현황을 분석하면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발주한 사업은 전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 몫으로 드러났다. 전관을 영입한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건설기술용역 사업 금액의 42%를 가져갔다.

또 한 번 검은거래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일요서울은 경실련으로부터 이 자료를 입수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38개 사업 1529억 원 '국토부 전관 몫'...26개 사업 1792억 원 '도로공사 전관' 몫
"가격·입찰담합 의심" "투찰금액 차이 미미"...부리 뿌리채 뽑아야만 근절 가능

 
우선 '건설기술용역 수주 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자료에는 국토부와 도로공사에서 50여 개 엔지니어링 업체에 재취업한 200여 명의 전관 정보가 담겼다. 경실련은 이를 통해 국토부와 도공이 발주한 2019년부터 2020년 건설 기술용역 입ㆍ낙찰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기간 국토부가 종심제로 계약체결한 건설기술용역은 총 38개 사업으로 계약금액은 1529억 원이다. 국토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대부분 수주했다. 대부분 3~5개 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고, 컨소시엄 구성 업체 대부분은 국토부·도공 전관 영입 업체였다.

한국도로공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간 종심제로 계약 체결한 건설기술용역은 총 26개 사업이다. 규모는 1792억 원인데 이 사업 모두 도로공사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

가격 담합 가능성도 의심된다. 국토부가 체결한 38건 사업의 투찰 가격을 살펴본 결과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 되는 사업이 33건(87%)에 달했다.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26건(68%)으로 가격담합이 강하게 의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도로공사의 26건 사업 중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도 안되는 사업은 22건(85%)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찰금액 차이가 0.5% 미만은 15건(58%)이며 개별 낙찰률은 평균 낙찰률 80.9%에 수렴하는 결과를 보였다.

- 수주금액 90% 이상 공공발주사업...특혜 논란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건설기술용역 발주건수는 4만7485건, 사업금액은 5조1647억 원이다. 수주금액 상위 20개 업체의 수주건수는 3260건(전체의 7%), 계약금액은 2조1578억 원(전체의 42%)이다.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는 약 3194개다. 1%도 안 되는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사업금액의 42%를 가져간 것이다. 상위 20개 업체의 수주금액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수주금액 중 90% 이상은 공공발주사업이다.

[제공 : 경실련]

이들 상위 20개 업체의 전관 보유 인원은 184명이다. 평균 10명 안팎의 전관이 있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경실련은 이를 두고 '전관 영입=수주'라는 등식이 성립된다고 해석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사업자 선정 구조는 기술 경쟁력이 아닌 전관 영입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건설기술용역이 경쟁입찰로 발주된다고는 하지만 이는 눈가리고 아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관 없이 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건설기술용역 종심제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설기술용역 낙찰자 결정방법에 의하면 국토부 등 전관을 영입하게 되면 그들로부터 PQ(사전자격심사제도)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어 수주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 때문에 경쟁입찰방식으로 발주되어도 전관을 영입한 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결국 높은 기술 점수를 얻기 위해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 또는 영입을 할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평가위원에 대한 평가로비 및 영입은 가격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에 결국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 또는 영입 결과가 바로 낙찰로 결정된다.

또한 평가위원 구성 현황을 보면 업체가 전관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국토부 산하 5개 지방청,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평가위원회는 발주기관 공무원 60~70명과 외부위원 100명 이내로 구성한 후 심사마다 8명의 평가위원을 꾸린다. 8명 중 내부위원 6명은 발주기관 공무원이다. 전관을 통해 각종 정보도 얻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발주계획이다. 전관은 현직 선ㆍ후배를 통해 발주계획을 사전에 입수한다. 업체는 입수한 발주계획을 바탕으로 주용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업체별 수주사업을 배분한다.

경실련에 이번 논란을 제보한 A씨에 따르면 "전관을 영입한 업체는 발주 건 별로 예산금액의 1~5%를 업체별로 각출해 비자금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만든 비자금을 심사 전 후에 평가위원에게 전달되며 이러한 평가 위원 로비는 업계에서는 소위 '영업'으로 불리며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당국 수사 본격화 될지 지켜봐야...

경실련 측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진행되는 국토부와 도로공사 발주사업이 전관잔치가 돼버리지 않았나 싶다"며 "전관예우가 심한 분야가 건설 쪽으로, 우리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차단하고 인맥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근대적 시스템을 종식시켜야겠다는 취지에서 발표했고 수사기관에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역업체가 전관 영입 경쟁을 하는 배경에 종심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폐지를 촉구했다. 정부도 ‘전관특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으로 규정하며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개선 여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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