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대선을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의 권력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당내 기반을 공고히 하고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이재명 경기지사와 전략적 제휴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친문(친문재인)계에서는 대선 경선 연기론을 띄우며 이재명 견제에 나섰다. 이에 이 지사도 맞불을 놓으며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이 지사가 친노무현친문재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광장을 끌어안은 것이다. 이른바 이재명-이해찬 연대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친문의 견제 속에서 친문계와 전략적 제휴를 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지사의 친문 갈라치기와도 직결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문 갈라치기의 방향타에 이재명 대망론에 대한 불씨가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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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건친문 이재명과 물밑교류친문그룹 분화 본격화
- 친문, 코로나19 등 경선 연기 띄우며 이재명 흔들고, 친문 후보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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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양정철 등과 교감, 친문 우군 확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문계의 제3후보론 찾기, 대선 경선 연기론 등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말로만 떠돌던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당내에서 대두되자, ()이재명 전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대선 경선 연기론이 필요한 이유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친문, 경선 연기론 띄워, 이재명 흔들기 시작

실제 친문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와 의원들 의견을 취합해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나서 현행 경선 일정대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다수를 이룬다며 대선 경선 연기론을 띄웠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내세웠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적어도 우리 국민 3천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 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경선 연기 주장에 일리가 있다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피로감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정치 일정을 치른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동조했다. 정부가 11월 집단 면역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상 후보 선출 시점도 예정된 9월에서 11월로 늦추자는 얘기다.

9월까지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하는 기존 일정을 국민의힘 후보가 나오는 11월에 맞춰야 한다는 점도 대선 경선 연기론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후보가 미리 뽑히면 야당과 언론 등으로부터 검증 시험대에 먼저 올라,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특히 선거 180일 전 후보를 뽑으면 전국 순회 경선을 통한 컨벤션 효과가 투표일까지 지속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문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참여 여부 등 야권이 대선 앞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된 상황에서 9월을 하면 우리당 후보는 관심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친문 진영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띄우는 것은 친문 대선 후보 찾기와도 맞물린다. 민주당 대선 레이스에서 이 지사가 1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친문진영에서는 대선 경선 연기론을 매게로 ‘1-다자구도로 변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정세균 전 총리, 김두관, 이광재 의원 등처럼 후발주자이면서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자들에겐 시간이 더 주어질수록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문 적자 후보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등판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뚜렷한 친문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6월 경으로 예상되는 김 지사의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한 친문 의원은 김 지사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받아도 6월부터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참전할 수 없지만 경선이 미뤄지면 상황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이 지사 측은 대선 경선 연기론에 반기를 들었다. 이 지사는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하지 않는가라고 밝혔고,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당을 후보 중심으로 바꾸고 여당 예산, 입법 통해 후보 메시지 공약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의 반대 의견에도 후발 주자들의 요구와 함께 민주당 원로인사들까지 대선 경선 연기론을 띄움에 따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이 지사가 당내에서 핍박받는이미지가 부각되고, 게임의 법칙인 을 바꿀 경우 오히려 이재명 대세론이 공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사건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으나 당헌 당규를 바꿔가면서까지 공천을 해 오히려 패배라는 쓴맛을 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친문 분화 속, 온건 친문과 교감 이재명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지사, 뉴시스

대선 경선 연기론으로 민주당 내부가 갑론을박인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이 지사가 친문계와의 전략적 제휴에 나서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스레 그간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었던 친문 진영의 분화가 본격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친문 의원은 황희 의원 그룹이 이광재 의원 쪽으로 가곡, 최종윤 의원 등이 이인영 장관 측으로 분산되는 등 친문 진영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생각이 차이 정도지만, 과거처럼 친문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친문 의원들에 따르면 한 친문 의원은 사석에서 이 지사가 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친문 성향 지지자들의 이재명 비토는 물론이고, 지난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문 성향 당원들은 친문 핵심인 전해철 당시 의원을 경기지사 후보로 적극 지원하는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논란 등으로 강하게 붙으면서 서로 간의 앙금이 남아 있다. 그러나 친문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친문 의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사는 이 지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친문 우군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만났다. 지난 7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노 전 대통령의 사위 곽상언 변호사와 함께 했다. 11일에는 경기도지사 경선 때 강하게 맞붙었던 친문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만났다.

특히 이 지사는 지난 12일 전국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을 출범시키면서 이재명-이해찬 연대론에 불을 피우기도 했다. 이날 모임의 공동대표는 조정식 의원과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맡았고, 학계법조계 등 15천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 황석영 소설가 등도 두루 참석하는 등 대선 경선을 염두에 둔 당 안팎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당내 친노무현·친문계 좌장인 이해찬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광장을 끌어안은 점이다. 이해찬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을 맡았던 이수진이형석 의원, 청년대학생위원장이었던 장경태전용기 의원도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이장우 전 실장이 측면 지원을 하는 등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이 이 지사 측으로 모이는 양상이다. 이 전 실장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문정인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와 임동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외교통일 분야 이 지사의 멘토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당내 경선과 향후 대선 과정에서 이 지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일부 친문 진영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발기인에 이해찬계 김성환, 이해식, 이형식 의원이 참여한 것만 봐도 그렇다. 포럼에 참석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쪽에 섰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한 만큼 유력 대선 주자에게 힘을 싣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해찬 수족 이재명 지지모임 발기인 참여

이해찬 전대표와 이재명 지사, 뉴시스
이해찬 전대표와 이재명 지사, 뉴시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여당 지도부와 당 상임고문단 면담에서 송영길 대표에게 대선 후보 경선 관리를 잘해서 성과를 잘 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를 두고 여권 안팎에서는 이 전 대표가 이 지사 돕기에 적극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문과 융합하지 못했던 이 지사가 1강 구도를 계속적으로 유지해 나간다면 친문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데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친문세력의 제3후보 띄우기가 사실상 실패해야만 이 지사가 친문계를 안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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