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 노린 투자자들, 주식‧코인 범죄 무법지대 놓여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해 주식 열풍에 이어 올해는 코인 열풍까지 불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폭락했던 국내 주식시장은 동학개미의 참여로 활개를 폈다. 코인 시장에 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들도 계좌를 오픈하고 유명인들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덩달아 활성화됐다. 하지만 시장이 활성화된 만큼 일부 투자자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식·코인 투자자들의 피해 근원지로 지목된 주식‧코인 리딩방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초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암호화폐 범죄 검거 337건’ 2019년 103건의 약 3.3배… 올해 더 기승할 듯

넉 달간 주식 리딩방 피해 상담 7574건… 피해 연령, 노년층 비율 높아

지난해 4월25일 7543달러였던 비트코인이 12월에는 2만 달러를 넘었고, 올해 1월 말 3만4361달러, 2월 말 4만5260달러를 찍더니 지난달에는 최고 6만3588달러로 치솟았다. 1년 만에 가격이 8배가 넘게 오르면서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아들에게 주려고 채굴기를 샀다”,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언급하면서 폭등했다. 하루 만에 가격이 두 배, 일주일에 4배가 뛰기도 했다. 실제로 도지코인 거래금액은 지난달 23일 하루 14조9017억 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전체 거래대금 14조5799억 원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 13일 머스크가 돌연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 전기차 결제에 비트코인 사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하면서 비트코인과 더불어 알트코인들까지 급락을 맞았다. 머스크의 트윗 이후 13일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0% 이상 하락한 5만1355달러에 거래됐다. 오전 9시경에는 5만 달러 선마저 붕괴돼 4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역시 각각 7%대, 13%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는 탓에 ‘투기’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한탕을 노리는 코인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발표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범죄 검거 건수는 337건으로 2019년 103건의 약 3.3배에 달했다. 사정당국에서는 올해 2020년 대비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유사수신 다단계 범죄 기승
  “입금 유도 거래소 주의”

이와 함께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거래소로 소개된 홈페이지는 코인 마진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가짜 사이트가 대부분이었고 또 다른 거래소는 코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임에도 보유한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가로채기도 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 관련 유사수신·다단계 범죄 검거 건수는 2018년 61건에서 지난해 218건으로 늘었다.

범죄 유형별로는 ▲유사수신(65%) ▲구매대행 사기(25%) ▲거래소 불법 행위(9%) 순이었다. 박 의원은 “비트코인을 사면 이자를 준다”며 “투자자들을 현혹하거나 계좌주 명의를 바꿔 가며 여러 개의 계좌번호에 입금을 유도하는 거래소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경찰이 A 암호화폐 거래소를 압수수색한 것이 대표적인 것으로 A 거래소는 ‘3개월 내 3배 수익 보장’ 등을 내걸고 회원을 모집해 4만여 명의 회원으로부터 1조7000억 원을 입금받았다.

‘8만 전자’를 몇 개월간 지켰던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7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7만 전자’ 현실화에 부딪혔다. 이에 빚투까지 나섰던 동학개미들은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동학개미 열풍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주목을 받으면서 초보 주식투자자들이 겪었던 주식 리딩방 피해도 재조명되고 있다.

- 주식 리딩방 피해 상담
  지난해 5659건‧81.3%↑

지난 3월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주식 리딩방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지난해 4분기에만 5659건으로 전년 동기 3122건보다 81.3%나 늘었다. 올해 1월에도 2025건이 접수돼 1년 전에 비해 무려 144.0% 급증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월까지 4개월여 동안 주식 리딩방 관련 상담은 총 7574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기간 주식 리딩방 상담 연령대 중 중년‧노년층(50~70대)의 비율이 높았다. 이는 50대 이상 세대가 고수익의 이름을 내건 주식 리딩방에 눈을 돌리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주식 리딩방은 대부분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지난해 6월 말 1841곳에 달했고 이후 최근까지 489곳이 새로운 업체들이 생겨났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거나 등록한 금융회사가 아니며 자격 제한 역시 없어 아무나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초보 개미들을 노린 유사투자자문업자와 함께 주식 리딩방도 급증했다. 금감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자 피해 신고는 2015년 82건에서 지난해 556건으로 5년 만에 7배가량 늘었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주식 리딩방 피해구제 신청 중 이용료가 확인된 2610건의 1인당 평균 이용료는 373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00만 원을 넘은 사례는 56건이었으며 3600만 원의 이용료를 주식 리딩방에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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