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5일 앞두고 일명 BBC로 축약되는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 산업’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한국 외교와 안보 지렛대 역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 양국은 각각 백신 협력과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 협력을 요구하는 입장입니다. 

앞서 미국이 주도하는 일본, 호주, 인도 등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요청한 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 협력으로 백신 확보 루트를 마련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삼성·LG 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순방길에 비공식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것으로 예정됩니다. 

또한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신규 생상라인 투자 등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 달라”고 협조를 구한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수십조에 달하는 투자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내 1위 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는 미국 측의 투자 압박도 있었는데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주재의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했고, 오는 20일 미 상무부가 주최하는 화상회의에도 초청받았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규 투자로 한화 약 20조 원을 지원한다고 알려졌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3일 2025년까지 미국 전기차 생산설비,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분야에 총 한화 8조1417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를 대표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미국 자동차회사 GM(제너럴모터스)과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 및 가동 중인 SK이노베이션도 3조 원 규모의 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 중입니다. 또한 삼성 SDI도 미국 내 합작회사를 통한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회담 일정에 동행하는 한국 BBC 기업들은 사실상 바이든 정부의 ‘초청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실상 한국 기업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백신을 확보하는 셈이라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숟가락만 얻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정부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기업 세액 공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510조+알파(α)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는데요. 반도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투자 계획한 133조 원보다 38조 원을 증액했습니다. 

2024년까지 한시로 연구개발(R&D) 비용은 40~50%, 시설투자는 최대 10~20%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또한 대학 반도체학과 정원을 총 150명 확대해 10년간 1500명을 추가 배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7일 정부의 K-반도체 전략에 대해 “미국 수준의 세재 지원과 자원금 증액으로 반도체 산업 진흥을 향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의 원래 투자 계획에 밥숟가락 얻는 수준이 아니라, 지도에 억지로 K자를 그리는 짓 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진짜 원하고 국가의 미래에 필요한 종합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SNS로 “선진국은 반도체를 국가의 일로 인식해 돕느라 바쁜데 우리나라는 기업이 정부와 악전고투를 벌이는 형국”이라며 “대통령이 은근슬쩍 기여가 많은 듯 밥상에 수저를 놓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배 의장도 “반도체 활약은 정부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해낸 것”이라며 “남의 밥상 숟가락 얹기도 이 정도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국민 절반 이상이 사면에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왔음에도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검토조차 미룬 문재인 정부. 

미국과의 협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삼성전자와 4대 그룹들은 규제하고 용서하지 않으면서 백신 스와프를 노리고 삼성전자와 미국 간 기술 협력 찬스에 올라타 정부의 성과로 둔갑시키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습니다. 

2021.05.17 일요서울TV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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