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차기 대선을 향한 여권 주자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2022년 대선까지 8개월 정도 남았지만 그 총성은 여의도 전체를 휘감았다. 1차 관문은 대선 캠프구성이다. 그간 각 주자들의 싱크탱크가 대선 캠프의 주요 골격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대선 지형을 분석하는 대선 1차전성격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싱크탱크는 단순히 조직 구성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선거의 핵심 변수인 세력, 인물, 자금을 총망라하는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정치화를 통한 구도 선점, 세력 구분의 방향을 점쳐볼 수 있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이재명(앞줄 오른쪽 네번째) 경기도지사와 조정식(다섯번째) 의원, 이종석(세번째) 전 통일부장관 등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필승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5.12. 뉴시스
이재명(앞줄 오른쪽 네번째) 경기도지사와 조정식(다섯번째) 의원, 이종석(세번째) 전 통일부장관 등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상암연구센터에서 열린 민주평화광장 출범식에서 필승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5.12. 뉴시스

- 대선 경선 연기론 잠잠하자 3’ 조직 정비 본격화
- 대선 전초전? ‘친문 인사빼오기 경쟁치열


경선 관리 권한을 쥔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경선 룰은 이미 정해져 있다대선 경선 연기론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도 연기론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 대선 경선 연기론을 주장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현 시점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주장할 시 유불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과 함께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도 주자들 의견을 듣되 당 지도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11월경으로 후보 선출을 미뤄야 한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현재의 당헌·당규대로라면 민주당은 내년 3월 대선 180일 전인 9월에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경선을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응답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경선 연기론이 점차적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주자들의 차기 대선행보가 빨라진 원인은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대선주자들은 지금부터 당내 조직과 지역에서의 세를 다지기에 분주하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안국포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가미래연구원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담쟁이포럼을 우군으로 활용해 각종 아젠다를 선점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선 캠프 구성은 대권 주도권의 핵심 라고 볼 수 있다.

이재명 성공포럼 띄우며, 중도층 겨냥한 행보 시작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선 캠프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이른바 성공포럼이다. 이 지사의 외곽조직인 민주평화광장과 함께 성공포럼은 싱크탱크 기능 역할을 한다. ‘성장공정이라는 두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로 보인다. 성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공정의 과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 지사 측이 이를 대표 브랜드로 표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 지사는 성공포럼 창립식에서 공정은 역사를 통틀어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공동체의 가치다. 성장은 저성장으로 고통받는 우리 사회 현 시대의 주요 화두라며 공정과 성장은 따로 떨어져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개념이다. 공정성의 회복이 성장의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핵심 정책 브랜드는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보편적으로 나눠주는 기본소득대신 공정과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건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 수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성공포럼은 원조 이재명계로 불리는 김병욱 의원과 호남친문 상징성을 가진 민형배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기로 했다. 포럼에는 현역 의원만 35명이 이름을 올리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성공포럼 발족식을 통해 대선 경쟁력을 증명한 것은 물론 당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도 단번에 희석시켰다.

다만 당내 지지율 1위인 이 지사는 현직 도지사라는 신분을 고려해 캠프 구성 논의는 본격화되지 않지만 캠프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는 4선의 정성호 의원과 5선의 조정식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영진, 임종성, 김병욱 의원 등 재선그룹에서 상황실장, 조직운영, 정책 파트 등 주요 실무파트를 분담할 가능성이 있다. 대변인 역할에는 원내대변인을 지낸 박성준 의원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사 브레인으로는 정진상 경기도 정책실장, 김재용 경기도 정책공약 수석 등이 거론되고 있고,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을 중심으로 구축 중인 대학교수 등 전문가집단도 대선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세균 국민시대재정비, 매일 토론하며 어젠다 정리

정세균 전 총리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05.11. 뉴시스
정세균 전총리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포럼’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1.05.11. 뉴시스

이 지사의 대권캠프가 가동 준비에 들어갔다면,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도 대선캠프 가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차기 대선 구상의 핵심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로 조직 재정비에 돌입했다. 이곳은 201218대 대선 민주당 경선 때 구축된 조직이다.

국민시대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장을 맡았던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가 좌장 역할을 맡고 있다. 박찬표 목포대 정치학 교수가 정치 어젠다를, 공구 한양대 의학과 교수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부분을,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외교, 안보 현안을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이들로부터 거의 매일 토론하며 대선 어젠다를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 전 총리는 최근에 돌봄 사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돌봄사회는 복지사회와 포용사회를 뛰어넘는 연대와 상생의 사회를 말한다. 국민의 생명, 생활, 생산을 국민들이 서로 돌보고, 국가가 돌보는 사회라는 뜻이다. 나아가 코로나19가 한국사회에 남긴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해 혁신과 돌봄이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도 제안했다.

정 전 총리는 또 광화문 포럼을 통해 지지 의원단도 점차 확대하는 등 세를 과시하고 있다. 참여 의원만 70여명이다. 광화문포럼의 모태는 정 전 총리가 17대 국회의원 시절 만든 의원 공부모임이다. 이중 정 전 총리의 총괄선대위원장은 김영주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안규백, 서영교 의원이 실무 선대본부장으로 점쳐진다. 비서실장 격으로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직본부장은 정 전 총리의 복심인 이원욱 의원, 직능본부장은 김교흥 의원, 선거전략 지휘와 정무 파트는 김민석 의원이 맡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보단장은 총리실에서 호흡을 맞춘 김성수 전 비서실장이, 정책 파트는 김성주 의원이 거론된다.또 신정훈·김회재 의원은 전남 조직을, ·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김병주 의원은 군 출신 지지조직을 꾸리고 있다.

이낙연도 싱크탱크 가동, 당대표 맡았던 인사 중용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송영길 당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5.10. 뉴시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셜홀에서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주최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송영길 당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5.10. 뉴시스

또 다른 대권 잠룡인 이낙연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연대와 공생과 광역 지방자치단체별 신복지포럼이다. 이 전 대표는 신복지·신경제·국가책임제 등 이낙연표 국정 비전을 제시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실제 그는 이달 초 신복지광주포럼가덕신공항-신복지부산포럼등의 활동을 개시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열린 연대와 공생 심포지엄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 우리의 국가 비전은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라며 그를 위해 국내적으로는 포용적 책임정부로, 글로벌 차원에서는 혁신적 선도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공동선대위원장 중 한 자리는 5선의 설훈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기자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취재하면서 맺게 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낙연계 좌장으로 분류된다. 조직과 정책 등은 이 전 대표가 당대표를 맡았던 시절 중용된 인사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총장을 지낸 박광온 의원, 정책위의장을 지냈던 홍익표 의원이 총괄본부장과 정책본부장으로 인선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석대변인을 지낸 최인호 의원이 종합상황본부장, 비서실장은 윤영찬 의원이 대변인과 겸직할 것으로 보인다. 최운열, 신경민 전 의원은 정책 브레인 역할을 맡는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잠룡들의 행보가 더욱 빨라지면서 생크탱크 및 캠프 조직 경쟁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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