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홈플러스 사이에 등 터진 노조… 영업이익 앞지른 이자, 금액만 1조

[사진=홈플러스 노조]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수년째 홈플러스 매장의 매각을 두고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근로자들이 본사 앞에서 눈물의 단체 삭발식까지 진행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노조의 원망의 화살은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회사 MBK로 집중되고 있다. 노조 측은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 투기꾼’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노조의 강력한 시위 상황에 MBK도 난감하고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노조가 투자금 회수의 문제로 인한 매장 매각과 해고 등 주장하는 것에 대해 “아시아와 한국에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 “투자금 회수 위해 매장 매각… 2년간 6곳 매각‧5년간 9000명 해고”

홈플러스 측 “자산유동화 진행 중… 회사 고용 보장 정책은 변함없어”

지난 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홈플러스 노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정부의 MBK 부동산투기, 먹튀 매각’에 대한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현장에는 홈플러스 직원과 마트노조, 서비스연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 투기꾼’으로 전락했다며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MBK가 홈플러스를 매입할 당시 차입한 비용에 대한 이자를 MBK가 홈플러스에 떠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과도한 이자 비용으로 인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2016~2019년 지출된 이자 비용 합계는 1조2635억 원으로 같은 기간 홈플러스 영업 이익은 9711억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MBK와 경영진들은 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흑자매장이라도 현금을 가져올 수 있다면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도 서슴치 않는다”며 “매출 순위 전국 톱인 안산점과 가야점을 폐점‧매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비판했다.

- “부실기업으로 전락”
   홈플러스 노조 11명 삭발식

노조가 시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홈플러스 알짜 점포를 매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안산점과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탄방점을 매각 처분했으며, 올해 대구스타디움 폐점을 더불어 부산가야점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노조는 점포 매각 등 점포 구조조정으로 지난 5년간 9000여 명이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홈플러스 직원 수는 2만5359명에서 2021년 2월 2만830명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홈플러스 남성 근로자와 여성 근로자들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하면서 노조의 시위 상황은 더욱 격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홈플러스 노조는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여성노동자 집단 삭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삭발식에 앞서 노조는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장을 폐점‧매각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가 사모펀드라는 껍데기를 쓰고 한국에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며 “인수 당시 이들은 홈플러스를 한국 최고 마트로 성장시키겠다 호언장담했으나, 그 후 홈플러스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MBK는 건물을 매각해서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돈 되는 알짜 매장을 몽땅 팔아 멀쩡한 매장이 남지 않은 빈껍데기로 전락했다”라고 호소했다. 발언 이후 홈플러스 직원 11명은 삭발식을 진행했다.

- 사측 “고용보장 정책 변함없어”
  MBK “인위적 구조조정 불가능”

노조의 연이은 시위에 홈플러스 측은 “지난해부터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유동화를 진행했다”며 “마련된 자금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확보 및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자산유동화가 진행 중에는 있지만 회사의 고용보장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측은 “직원들과 면담 등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절차를 진행해 영업 종료 후에도 직원들을 인근 사업으로 전환 배치해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조와의 갈등에 MBK 측은 점포를 매각해도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이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불가능하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4월 김 회장은 런던정경대 대체투자학회가 초청한 ‘대체투자 컨퍼런스’ 화상 대담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현재 노조 측이 주장하는 MBK의 무차별 점포 매각으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주장과 상황에 대해 김 회장은 “사회의 시선과 철학적인 개념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아시아에서는 금융기관은 물론 직원, 고객, 정부 당국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 중론을 모아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입장은 노조를 무시하고 무차별적으로 매장을 매각하는 등 독단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한 반박으로 볼 수 있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서양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비용 절감의 방법으로 고려되지만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아시아 고용시장의 경직성을 비롯해 문화적, 사회적인 반향 등을 고려해 온라인 채널 강화를 통한 매출 증진이나 운영 성과를 늘려 마진을 키우는 방법 등 다른 접근법을 활용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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