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vs‘투자’ 시각차 팽배...불안한 투자자들, 주식 시장 귀환하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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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코인판의 개미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알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시장이 전반적으로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모양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끝물’인가 혹은 ‘매수기회’인가를 고민하기도 하며, 또다른 일각에서는 ‘더 이상은 못참겠다’며 주식시장으로 발을 돌리기도 한다.


- 암호화폐 시장 반등 움직임...‘반등 기회’일까 ‘탈출 기회’일까
- 은성수 “암호화폐 가격변동,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대상 아냐”



“롤러코스터를 탈 때의 짜릿함 같은 것이죠.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올라갔을 때 재미를 본 만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선뜻 그만둘 수가 없어요. 솔직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A씨(남, 26세)”
지난해 3월 비트코인이 하루 만에 30% 가량 가치가 폭락한 일은 적잖은 투자자들의 ‘멘붕’을 부추겼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19일에는 하루 동안에만 30% 가량 가치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 거래 금지 의지가 재차 확인된 이른바 ‘중국발 악재’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조 달러 가량 증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폭락 이후에는 또다시 암호화폐 시장에 반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25일 기준 주요 암호화폐의 가치가 일제히 반등했는데, 이는 북미 비트코인 채굴협회 결성과 이에 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지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회장 레이 달리오의 비트코인 보유 소식이 전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기점 3900만 원까지 폭락한 비트코인은 이틀만에 4700만 원대로 올라서는 등 연일 상승세를 보였고, 비트코인 외에도 알트코인의 상승폭도 눈에 띠었다.

‘찐반등’이냐 ‘추락’이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반등이 긍정적인 사인으로 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2018년의 폭락장과는 다른 상황으로 보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암호화폐 관련 보고서를 통해 “해외에선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됐다”며 “기관들이 본격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도 2017~2018년과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강조하기도 하며,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진짜 반등의 기회라고 여기는 ‘찐반등’을 노리는 이들도 적잖은 분위기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준비가 돼 있으며, 10억 달러(1조1165억원) 이상을 투자할 수도 있다고 밝혀 화제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6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통해 “아직 암호화폐를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 비트코인 같은 대체통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암호화폐 시장에 일단 진입하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한 주의와 경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전문가들이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강조해 온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따를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카터 워스 코너스톤매크로 수석 기술 전략가도 “4만2000달러 수준에서 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가 있다”며 “이들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기대 이상의 상승세를 보이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디먼 최고경영자(CEO)도 암호화폐를 마약에 비유하며 투자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암호화폐를 투자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사기’ 행위로 치부해왔다. 제이미 디먼 CEO는 “나 자신은 건강을 위해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지만, 정부가 마리화나를 합법화한다면 이를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나 금과 비교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세대’ 비중 가장 높아

암호화폐 시장이 혼란을 겪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상당수가 20-30세대에 집중돼 있는 점도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투기’와 ‘투자’를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한 상황이다. 재계에 따르면 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내에선 20-30대의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모두 249만5289명. 이 중 연령대별로 보면 ‘2030 세대’의 비중이 가장 컸는데, 20대가 32.7%(81만6039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0.8%(76만8775명)로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암호화폐 투자가 도박과도 같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시각차가 팽배한 상황이다.

<K-를 생각한다(사이드웨이)>의 임명묵 저자는 최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을 통해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는 20대가 많아진 현상에 대해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중략)...여기서 오는 성취감 내지 효능감 내지만 긴장감 같은 게 굉장히 게임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거 위험하다 내지는 힘들다 이런 건 중학교 때 ‘야, 너 컴퓨터 게임 하지 마라’ 는 거랑 많이 비슷하게 들릴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암호화폐가 큰 폭으로 하락해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급등의 반복과 시각차의 확대로 향후 암호화폐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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