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사의 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수많은 시련을 겪었던 남양유업이 결국 불가리스 사태를 넘지 못하고 매각됐다. 이에 지난 28일 남양유업 주가는 종가 기준 30% 가까이 치솟으며 상승세를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점주 피해 보상 없이 독단적으로 매각을 한 것에 비판하며 책임은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오너 일가의 마약 문제 등 구설에 오를 때도 책임을 전가하거나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에 그쳤다. 국내 2위 우유 업체로 품질과 기술력을 갖췄음에도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영진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오판했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은 결국 남양유업 매각이라는 결과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다.

이번 불가리스 사태로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지난 4일 눈물을 흘리며 직접 고개를 숙였다.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했다.

결국 남양유업은 지난 28일 홍 전 회장과 아내 이운경씨, 손자 홍승의씨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53.08%)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 원이다.

홍 전 회장은 당일 지분 매각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홍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오늘부터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남양유업 가족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 [뉴시스]

 

이어 “기업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며 “한편으로는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고 심경을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저는 오로지 내부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처럼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이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소식에 일각에서는 주식 매각 과정마저도 독단이었다고 지적했다. 매각이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이미지로 피해를 받았던 대리점주들은 이미지 쇄신에 대한 기대를 보이면서도 결국 매각만 결정됐고 점주들에 대한 피해 보상책은 정해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매각 과정은 폐쇄적이었고 독단적이었다”며 “사모펀드가 인수했으면 구조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앤컴퍼니는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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