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極右)의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을 말한다. 일부 좌파 매체들은 광화문 태극기 세력을 극우로 폄하하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극우 정치인으로 매도하지만, 이는 극우의 개념도 모르는 프레임 덧씌우기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 전체주의를 지향하고 백주에 테러를 자행하며, 타민족·타인종 혐오, 성차별, 반지성주의 등으로 특징되는 극우 정당이나 극우 정치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대한민국에는 불법 폭력 집회를 일삼는 민노총 같은 극좌 세력은 있어도 극우 세력은 단 한 명도 없다.

나치즘과 파시즘의 등장으로 인류는 1,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겪었다. 그 교훈으로 1945년 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극우는 보편적으로 거부당했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소멸되었던 서구의 극우세력이 2001년 9·11 테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등을 통해 재등장하여 세력을 넓혔고, 약진하였다.

미국 조지아대 카스 무데 교수의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에 따르면 극우는 2019년을 기준으로 미국, 브라질, 인도와 같은 ‘거대국가’의 지도자를 배출했고, 유럽에서는 2010∼2018년 1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책에 따르면 극우는 불평등을 긍정하고, 핵심은 인종차별주의다.

작년 8·15 광화문 집회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자. 8·15 광화문 집회 이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우파 정당의 비겁함을 드러냈다. 8월 2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KBS1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전직 의원들과 당원들을 향해 “그분들은 조금이라도 카메라에 주목받고 박수 소리에 취하고 계신 것 같은데 오히려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국민의 지지를 모으는 데 걸림돌이 된다”며 “그 심리세계를 한번 진단해봐야 할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주호영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도 8월 25일 같은 프로에 출연해 “그런(극우) 분들이 보편적 정서와 맞지 않는 주장을 펼치면서 우리 당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정당으로 비치고, 그것 때문에 쉽게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좌파의 ‘극우 프레임’ 덧씌우기에 동조해 있지도 않은 극우계열 인사들과 당의 분리를 주장한 셈이다.

이들은 나라 걱정으로 장대비 속에 광화문에 몰려나온 인파를 향해 거침없이 ‘극우’라는 프레임을 씌웠고, 자신들만이 마치 개혁 보수인양 떠들어댔다. 그날 우중(雨中)의 광화문 애국 인파가 이들로부터 왜 모욕과 조롱을 받아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지난 4월 법원에서 이적표현물이라는 판단을 받은 바 있는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국내에서 원본 그대로 출간되자 보수 단체에서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김일성 회고록에 속을 사람이 어디 있나. 높아진 국민의식 믿고 표현의 자유 적극 보장하자”며 <세기와 더불어>의 국내 출간을 지지했다. 그러나 정작 주사파 출신 하태경보다 그의 ‘이상한 정체성’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의 안이함이 더 큰 문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暴政)에 분노한 민심의 분출을 ‘극우’로 몰아간 탈당파들이 지금 국민의힘의 주류가 되어 있다. 대한민국 자유우파 정당의 위기는 스스로 보수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여당과 싸워서 지켜야 할 가치를 잃어버린 데에서 비롯됐다.

국민의힘은 오는 6월 11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5월 28일 나경원, 이준석, 조경태, 주호영, 홍문표 5인의 후보가 대표 컷오프를 통과했다. 나경원, 조경태는 잔류파고, 이준석, 주호영, 홍문표는 탈당파다. 탈당파는 위장보수로 ‘체제탄핵’의 길을 열어 줬으며, 잔류파는 정통보수로 ‘체제수호’의 역할을 했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이준석 현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잔류파 나경원과 탈당파 이준석의 양자 대결로 좁혀지고 있다. 당 대표에게 부여된 소명은 공명정대한 경선관리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국민의당과의 합당과 당 밖 대선주자들의 영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 등 뒤에서 칼을 꽂은 탈당파가 정통 보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모름지기 정당인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야 할 가치나 동지애(同志愛)를 지녀야 한다. 정권교체와 더 큰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보수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과 내부 단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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